"신이 가라고 지시했다"⋯ 해변 야영장 덮친 벤츠의 '묻지마 돌진'
"신이 가라고 지시했다"⋯ 해변 야영장 덮친 벤츠의 '묻지마 돌진'
전진·후진 반복하며 야영객 덮쳐
순찰차까지 들이받고 도주

조현병 망상 상태에서 해변 캠핑장 가족을 향해 차량을 돌진시키고 순찰차까지 들이받은 여성에게 실형과 치료감호가 선고됐다. /셔터스톡
평화롭던 여름날의 해변 캠핑장은 순식간에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면식도 없는 가족을 향해 벤츠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돌진했고, 차량은 후진과 전진을 수차례 반복하며 야영 물품들을 짓밟았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이는 조현병으로 인한 심각한 환청과 망상에 사로잡힌 여성이었다.
텐트 앞까지 돌진한 벤츠… 부서진 캠핑용품과 가족의 공포
2021년 7월 3일 오후 2시 50분경, 강릉시 옥계해변 주차장. 피해자 B씨(44)와 그의 아내는 텐트를 치고 여유로운 야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평화는 피고인 A씨가 운전하는 벤츠 승용차가 나타나며 산산조각 났다.
A씨는 피해자 부부가 자신을 노려보며 적대적으로 행동한다고 착각했다. 이내 그의 벤츠 차량은 위험한 흉기로 돌변했다.
A씨는 전진과 후진을 3회나 반복하며 B씨 부부의 밥상, 휴대용 가스레인지, 양은 냄비 등 캠핑용품을 무참히 깔아뭉갰다. 가족이 느꼈을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도주 후 순찰차까지 들이받아
A씨의 기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벤츠 차량이 위협 운전을 한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정차를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무시한 채 도주극을 벌였다.
도주하던 A씨는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마주 오던 20대 청년의 스파크 승용차와 뒤쫓던 순찰차에 의해 진로가 차단됐다.
그러자 A씨는 또다시 전진과 후진을 5회 반복하는 방법으로 차량들을 수차례 강하게 충격했다. 이 사고로 스파크 운전자는 뇌진탕 등 상해를 입었고, 차량 두 대는 심하게 파손됐다.
하루 전날인 7월 2일에도 그는 경북의 한 농장을 찾아가 황동색 코끼리 모형으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간판을 수차례 찍어 훼손하는 등 이미 통제 불능 상태였다.
"그들이 핵폭탄 버튼을 눌렀다"… 기괴한 범행 동기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A씨의 범행 동기는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 그 자체였다. A씨는 해변 주차장에서의 범행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 "차박을 하는 남녀가 저를 보며 눈을 부라리고 욕을 하는 것으로 느꼈습니다. 그때 신이 저에게 가라고 하여 그렇게 갔습니다. 지금 9개월째 신이 저에게 지시를 합니다."
심지어 그는 피해자 부부를 향해 기괴한 환각을 덧씌우기까지 했다.
> "신께서 저 남녀가 '핵폭탄(사카린, 유태인 독살 가스)'을 작동시킬 수 있는 버튼을 차량에서 눌렀다는 계시를 주었고, 저들이 '마약왕이다'라는 계시도 주셨습니다."
법원의 결단 "가족조차 없어… 자발적 치료 기대하기 어렵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영진)는 특수재물손괴, 특수상해, 특수공용물건손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 수법과 횟수,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죄질과 범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처한 환경과 질환을 꿰뚫어 본 재판부는 씁쓸한 진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정신이 이상해진 이후 부모 형제와 연락을 끊고 홀로 거주 중인 점을 짚으며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 "피고인은 동거하고 있는 가족이 없어 주변에서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해 줄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피고인이 병에 걸려 있다는 자각 하에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충분한 치료를 받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단순한 징벌을 넘어, 적절한 치료 없이 사회에 방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범 위험성을 막기 위해 법원은 '치료감호'라는 강제 치료 길을 열어두며 사건을 매듭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