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밑 지방 제거 수술 후 '사시'…의료사고일까, 매우 드문 합병증일까
눈 밑 지방 제거 수술 후 '사시'…의료사고일까, 매우 드문 합병증일까
병원 측 '명예훼손' 고소로 맞대응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한쪽 눈에 사시 증상이 생겼다는 여성의 모습. /JTBC News 유튜브 캡처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받고 사시가 된 환자가 부작용을 호소하자, 병원이 되려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환자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지만, 병원 측은 의료사고가 아닌 '매우 드문 합병증'이라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A씨가 대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 밑 지방 제거 수술을 받으면서부터다. 수술 직후부터 A씨는 사물이 둘로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과 함께 왼쪽 눈동자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시 증상을 겪었다.
A씨가 병원에 문제를 제기하자 처음 돌아온 답변은 "안과에 가보셔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가 "수술 때문에 생긴 문제를 왜 안과에 가라고 하냐"고 항의하자 병원은 그제야 내원을 요청했다.
이미 신뢰를 잃은 A씨는 대학병원을 찾았고, '수술로 인한 증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이 진단서를 들고 성형외과를 다시 찾았지만, 집도의는 "수술 중 잘못된 부분은 없다"며 "돌아올 거라 믿는다. 우리 힘들겠지만 같이 믿고 기다려보자"는 말만 반복했다. A씨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의사가 "제가 몇천 건 수술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당혹해하는 음성도 담겼다.
6개월 가까이 차도가 없자 A씨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의 사연을 공론화했다. A씨는 "거울 볼 때마다 매일 밤 울었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기 힘들어 일도 쉬게 됐다"며 "경제적, 정신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병원 측은 A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고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병원은 "A씨가 올린 사진은 수술 초기 상태이며 현재는 회복이 뚜렷하다"면서 "사시 증상은 의료사고가 아닌 4,567건의 수술 중 단 1건 발생한 매우 드문 합병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씨가 장기간 내원하지 않아 제대로 된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이에 A씨는 현재 날짜가 보이도록 휴대전화 화면과 함께 찍은 눈 사진을 다시 올리며 병원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사진 속 A씨의 눈은 여전히 초점이 맞지 않는 상태였다.

의료과실이냐, 드문 합병증이냐⋯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그렇다면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더 무겁게 물을 수 있을까.
의료소송에서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환자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법원은 환자가 '수술 전에는 해당 증상이 없었다'는 점과 '수술 직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진이 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하도록 책임을 완화해주기도 한다(대법원 99다3709 판결). A씨가 대학병원에서 '수술로 인한 증상'이라는 객관적 진단을 받은 점은 병원 측에 매우 불리한 증거다.
특히 미용성형은 치료 목적이 아니기에, 의사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더라도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병원 측이 사시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반면, 병원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하려는 명예훼손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A씨가 올린 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있고, 내용이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A씨가 현재 상태를 증명하기 위해 날짜가 명시된 사진을 추가로 올린 점도 '허위사실 유포'라는 병원 측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종합적으로 병원 측의 책임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병원의 객관적 진단과 수술 후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점, 그리고 환자의 호소에 치료나 보상 논의 대신 법적 대응으로 맞선 점 등이 근거로 꼽힌다.
환자가 병원의 후속 진료 요청에 응하지 않은 점은 일부 과실로 잡힐 수 있으나, 초기 대응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환자의 선택을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