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는 내 잘못이지만…폭력 남편과의 사실혼, 먼저 끝낼 수 있나요?
외도는 내 잘못이지만…폭력 남편과의 사실혼, 먼저 끝낼 수 있나요?
법률혼과 달리 사실혼은 유책 여부 상관없이 파기 가능
폭행·협박은 강력한 방어 카드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한순간의 잘못으로 10년 넘게 이어온 사실혼 관계를 파탄 낸 여성이, 도리어 배우자의 폭행과 협박을 근거로 먼저 관계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지 법적 조언을 구하고 나섰다.
10년 차 사실혼 부부인 A씨의 삶은 직장 동료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송두리째 흔들렸다. 배우자가 불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배우자는 A씨의 불륜 상대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상간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에 따르면, 불륜 사실이 드러난 이후 배우자의 폭행이 시작됐다. 5년 전 폭행으로 상해진단서를 끊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배우자는 심지어 “불륜 사실을 회사에 전부 까발리겠다”고 협박하며 A씨의 숨통을 조여왔다. 자신의 잘못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폭력과 협박에 시달리게 된 A씨는 이 관계를 먼저 끝낼 수 있는지 법의 문을 두드렸다.
잘못은 내가 했는데… 먼저 ‘끝내자’고 할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변호사들은 법률혼과 사실혼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가능 여부를 꼽았다. 법률혼에서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사실혼은 다르다.
고순례 변호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의 경우에는 유책 여부와 상관없이 먼저 소송(사실혼 파기)이 가능하다”며 “일방의 의사만으로도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맞았다’는 증거, 불륜 책임 덮을 수 있을까?
A씨의 불륜은 명백한 유책 사유다. 따라서 배우자가 반소(맞소송)를 통해 위자료를 청구할 경우, A씨는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우자의 폭행과 협박은 A씨에게 강력한 ‘방어 카드’가 될 수 있다. 이재희 변호사는 “외도는 강력한 유책 사유지만, 배우자 역시 폭행 사실과 ‘회사에 알리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으므로 A씨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5년 전 상해진단서와 최근 폭행 증거, 협박 녹취 등은 A씨의 주장에 힘을 싣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법률사무소 더든든 추은혜 변호사 역시 “경미한 폭행이라도 지속적인 경우 중요한 사실혼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에 알리겠다’는 협박, 오히려 독이 될 수도
배우자의 감정적인 협박은 오히려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장우 공현지 변호사는 “불륜 사실이 있더라도 이를 회사에 공개하는 순간 명예훼손이 성립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A씨가 배우자를 상대로 별도의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사실혼 파기 소송에서도 배우자의 유책성을 입증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A씨가 확보한 협박 녹취는 그 자체로 협박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양육권·재산분할은 위자료와 별개
많은 이들이 불륜을 저지르면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다고 오해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위자료는 유책 사유에 따라 결정되지만, 자녀의 양육권과 재산분할은 별개의 잣대로 평가된다.
양육권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재산분할은 ‘혼인 기간 중 재산 형성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따진다.
공현지 변호사는 “외도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에서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대방과 논의하기 전에 자신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A씨는 자신의 불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과 별개로, 자녀 양육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몫을 정당하게 주장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