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언제나 자살 고민 상담하라"던 1393 상담 전화의 배신
"24시간 언제나 자살 고민 상담하라"던 1393 상담 전화의 배신
자살예방 전문 상담전화 1393⋯24시간 전문가 상주한다며 홍보
복지부 통계 보니⋯2018년 12월부터 1년간 전화 응답률 50.03%

1393 상담전화가 질타를 받고 있다. 절박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는데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이거나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
1분 가까이 음악 소리만 나올 뿐 상담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전화번호 '1393'을 휴대전화에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음악 소리와 함께 1초, 2초 흘러갔다. 끝내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자살예방 전문 상담전화 1393. 보건복지부는 "자살은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전화를 개통했다. 특히 '24시간 전화 통화 가능'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언제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렇게 박수를 받고 시작한 1393 상담전화가 질타를 받고 있다. 절박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는데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이거나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자살 예방은 긴급 대응이 생명인데, 실제 운영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정부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신뢰를 쌓았던 만큼 실망감은 적지 않다. 법적으로 봤을 때 문제점이 있는지 알아봤다.
1393 상담전화는 지난 2018년 12월 개통된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의 일환인 국가사업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개통 이후 1393 상담전화는 자살과 관련된 기사 하단에 안내되는 등 마음 아픈 이들의 쉼터로서 자리매김해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전화가 걸려온 건수는 5000건이 채 안 되지만 11월에는 1만7671건에 육박했다. 그에 비해 응답률은 초라하다. 지난 2018년 12월부터 1년간 응답률은 50.03%(5만9511건)에 불과했다. 걸려온 전화의 절반은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상담전화마저 안 돼서 아침까지 버티는 게 너무 힘들다", "통화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만 나와 상담받기도 싫어졌다" 등의 토로가 이어졌다.
사안을 검토한 법무법인 에이치스의 김용태 변호사는 1393 상담전화에 대해 실제 법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법무법인 에이치스'의 김용태 변호사. /로톡 DB
① 상담전화 받지 않은 것 '직무유기' 일까?
김용태 변호사는 "1393 상담전화 측에 업무상 해야 할 의무(인력 충원)를 다하지 않아 상담이 원활히 연결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과정이 상당히 '비합리적'이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합리적인 이유로 상담원을 채용하지 않은 것이라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앞서 정부는 상담원 부족에 대해 "상담원 임금도 높지 않고 정서적 고충도 심해 채용이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전화상담이 즉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화를 받지 않은 것 자체를 직무유기로 볼 수는 있을까.
김용태 변호사는 이것 역시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화상담 연결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공무원에게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화 받는 업무를 일부러 피한 사실이 있다면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② 상담 못 받아 '극단적 선택' 했다면, 국가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상담 시기를 놓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오면 '국가 책임'을 주장할 수 있을까.
김용태 변호사는 "전화상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과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담을 받지 못한 사실이 자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증명을 해야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를 소송에서 입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따라서 전화상담 요청자가 상담을 받지 못해 자살을 하게 되더라도,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힘들다.
※ 주변에 말하기 어려운 고통이 있거나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어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