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때려도 됩니다” 철문 앞 오열한 홍콩 구조대원...한국에서라면?
“절 때려도 됩니다” 철문 앞 오열한 홍콩 구조대원...한국에서라면?
홍콩 경찰 "집회 질서 중요" vs. 의료진 “환자 치료가 먼저”
당시 의사였던 정필승 변호사 “한국의 11년 전이 홍콩”
응급의료법, 국가의 책임 명시하고 있어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총파업이 벌어진 가운데 2일 퀸 메리 병원 직원들이 병원에서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주째 계속되고 있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노동자 총파업으로 번지고 있다. 2일과 3일엔 의료와 복지, 금융 등 29개 업종 종사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 대표적인 정부병원 ‘퀸 메리 병원’과 ‘엘리자베스 병원’ 의료진도 이날 파업에 참여해 인간띠를 만들고 폭력 경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보탰다.
앞서 지난 15일 홍콩 병원들은 "모든 환자에게 평등한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시위대에 대한 진압 수위를 계속 높여나가면서 응급환자들에 대한 치료가 제한되는 지경에 이르자 목소리를 낸 것이다. 퀸 메리 병원 의사 벤자민 소(So)는 홍콩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우리의 입장은 정치가 아닌 도덕에 기대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의료진들이 이렇게까지 나선 배경은 지난 1일 트위터에서 빠르게 퍼진 응급구조대원의 오열(嗚咽) 영상에 잘 나타나 있다.

응급구조대원이 "(철벽 너머에 있는)부상자를 구조하고 싶다!"며 경찰에 외치고 있다 / 사진 캡처 : 트위터
영상에는 왼팔에 응급처치 대원 완장을 찬 남성이 굳게 닫힌 지하철역 철문 앞에서 경찰을 향해 소리친다. “(철문 너머에 있는) 부상자를 구조하고 싶다!” 응급대원 말대로 철창 너머에는 부상당한 사람이 얼핏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돌아가라”고 한다. 구조대원은 “나를 때려도 좋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요청하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다. 구조에 실패한 대원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살리고 싶을 뿐이다”며 울부짖는다.
이 영상은 중국과 나치의 합성어인 ‘차이나치’라는 부제목이 붙은 채 전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집회 시위가 격화되면 경찰은 질서유지선을 설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전경 버스 등을 동원해 ‘차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시위대 진입을 막았다. 이렇게 통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지난 6월 12일 홍콩 완차이 하코트길에서 구급차를 가로막는 경찰의 모습. / 동영상 출처 : Now TV
11년 전 광우병 사태 때도 “집회 현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찰의 입장과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라는 의료진의 입장이 부딪혔다. 지금은 변호사지만 당시 의사로 현장 의료지원을 했던 정필승 변호사는 “시위 현장에서 다친 환자를 돌볼 때 경찰의 방해를 받았다”며 “단순한 방해를 넘어서서 폭력을 행사한 경우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법체계는 응급의료법에서 “누구든지 의료진의 응급 구조 활동을 방해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어긴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도 ‘누구든지’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정 변호사는 “경찰 측이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내세운다면 응급의료지원 역시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국가의 책임을 ‘의료진이 분담하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경찰이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응급의료법은 국가의 책임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는 응급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하며 이를 제공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가 이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는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 행정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지점에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배상 책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지금 우리의 법체계에서 홍콩 경찰 사건을 바라본다면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