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제자에게 패딩 사주며 '첫사랑'... 그루밍 의혹 제기한 내부고발자 전과자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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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제자에게 패딩 사주며 '첫사랑'... 그루밍 의혹 제기한 내부고발자 전과자 된 이유

2025. 12. 12 13:44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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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위반한 '그루밍' 비판은 허용

증거 없는 '성관계' 유포는 철퇴

1,000만 원 배상 판결의 의미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아동복지시설의 상담 팀장이 자신이 상담했던 아동을 훗날 입양했다. 미담으로 남을 뻔했던 이 사건은 한 동료 직원의 내부 고발로 인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동료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그루밍(Grooming, 길들이기) 성범죄'로 규정하고, 급기야 "모텔에 갔다"는 충격적인 주장까지 내놓았다.


법원은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재판부는 상담사의 부적절한 처신은 인정하면서도, 내부고발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다. '윤리적 비판'과 '허위사실 유포' 사이, 법원이 바라본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파헤쳤다.


"엄마와 아들"인가 "연인"인가... 시설을 뒤흔든 의혹

사건의 중심에 선 원고 A씨는 2011년부터 한 아동보호치료시설(이하 센터)에서 상담 팀장(상담심리사 1급)으로 근무했다. 피고 B씨는 2016년부터 같은 센터에서 생활지도원으로 일했던 동료였다. 갈등의 씨앗이 된 D는 2013년경 해당 센터에 입소해 A씨에게 상담을 받았던 아동이었다.


시간이 흘러 D가 성인이 된 2018년 8월, A씨는 D를 자신의 양자로 입양했다. 그러나 동료 B씨의 눈에는 이 과정이 단순한 입양으로 보이지 않았다. B씨가 목격한 A씨의 언행이 통상적인 상담사와 내담자의 관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에게 "D와 이별할 생각을 했다", "D는 내 첫사랑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D의 여자친구를 질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센터를 퇴소한 D에게 사적으로 빈번하게 연락하고 패딩 점퍼를 선물하는 등 A씨의 행동은 상담사 윤리강령에 어긋나는 모습이었다.


이를 지켜본 B씨는 2017년 말부터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A씨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B씨는 "A씨가 D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루밍을 하고 있다", "업무를 태만히 하고 아동들을 성적 욕구 해소 도구로 삼았다"고 폭로했다. 특히 동료 사회복무요원에게는 "A씨가 D를 데리고 모텔에 갔다"고 구체적인 장소까지 언급했다.


결국 A씨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며 B씨를 상대로 3,000만 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단 1: "그루밍 의혹 제기"는 정당한 비판

재판의 첫 번째 쟁점은 B씨가 제기한 '그루밍 의혹'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2018가단265588, 2023나57102)은 이 부분에 대해 B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A씨의 행동이 명백히 상담 윤리를 위반했다고 봤다. 한국심리상담학회 윤리강령에 따르면 상담사는 내담자와 사적인 관계를 맺거나 개인적 욕구 충족을 위해 내담자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재판부는 "A씨가 D를 '첫사랑'이라 칭하고 사적 만남을 지속한 것은 윤리강령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B씨가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그루밍"이나 "부적절한 관계"라고 표현한 것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의 부적절한 처신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 2: "모텔행·성적 도구" 발언은 명백한 불법

하지만 법원은 B씨가 구체적인 성적 행위를 묘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바로 "A씨가 D와 모텔에 갔다"는 발언과 "아동들을 성적 욕구 해소의 도구로 삼았다"는 이메일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동들과 성관계를 하거나 모텔에 갔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며 해당 발언을 명백한 허위 사실로 규정했다.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과, 실제 성관계를 하거나 모텔에 간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B씨는 "이메일은 지인 M에게만 비밀 유지를 당부하며 보냈으므로 전파 가능성(공연성)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M과 B씨의 관계, 진술서 내용 등을 볼 때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본 것이다. 이미 확정된 형사 재판에서도 B씨는 이 발언들로 인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상태였다.


"공익 목적이라도 거짓말은 보호 못 해"

B씨는 자신의 행위가 아동 인권 보호와 제도 개선을 위한 '공익 목적'이었다고 주장하며 위법성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으려면,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즉, B씨가 주장한 '모텔행'이나 '성적 도구' 발언은 애초에 '거짓'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익을 외쳐도 면책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3-3민사부(재판장 송승훈)는 1심 판결보다 배상액을 상향 조정하여 "피고 B씨는 원고 A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상담사 윤리 위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원고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준 점은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내부 고발이라 하더라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무분별한 허위 폭로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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