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처신으론 부적절, 그러나…" 주학년 상대 '80억 손배소' 기각한 법원의 잣대
"아이돌 처신으론 부적절, 그러나…" 주학년 상대 '80억 손배소' 기각한 법원의 잣대
더보이즈 출신 주학년, 전직 AV 배우와 만남 논란
소속사 원헌드레드 80억 위약금 청구
법원 "부적절한 처신은 명백하나 사생활 영역"

사진은 그룹 더보이즈의 전 멤버 주학년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6월, 그룹 '더보이즈(THE BOYZ)' 출신 주학년이 전직 AV 배우 아스카 키라라와 일본 도쿄에서 사적인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알려지며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소속사 원헌드레드는 더보이즈 멤버들과의 논의를 거쳤다며 즉각 주학년의 팀 퇴출과 전속계약 해지를 발표했고,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일실수익과 위약벌 등 약 80억 원(79억 7,416만여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법원의 판단은 소속사 주장과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28부(재판장 신용무)는 지난 16일 원헌드레드가 주학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주학년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과연 어떤 논리로 천문학적인 위약금 청구를 배척했을까. 판결문에 담긴 재판부의 시선을 따라가 봤다.
"대중문화예술인의 품위 손상,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주학년의 행동이 전속계약서상 연예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계약서에는 음주운전, 마약, 성매매, 성비위 등이 중대 위반 예시로 적혀 있었다.
재판부는 주학년의 행동을 꾸짖으면서도 법적 책임에 있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피고(주학년)가 아스카 키라라의 집으로 동행해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것은 아이돌 가수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인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팬덤 특성상 다수의 팬이 실망할 만한 처신이었음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는 성인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일어난 일로 기본적으로 피고의 사생활 영역에 속한다"며 즉각적인 계약 해지 사유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스카 키라라가 AV 배우를 공식 은퇴한 지 5년 이상 지났고, 두 사람의 성매매 사실이 전혀 밝혀진 바 없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로 논란의 불씨가 된 주학년의 성매매 의혹을 최초 보도했던 기자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신용무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당사자 일방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적인 술자리와 동행 사실만으로는 성매매나 성비위에 준하는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방적 퇴출 통보… "원고의 결정으로 일방적 계약 해지할 순 없어"
원헌드레드 측은 다른 더보이즈 멤버들과 팬들의 반발로 주학년이 팀에 속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는 주학년이 '계약 기간 중 그룹 더보이즈의 멤버로 활동한다'는 확인 및 보증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학년이 주간지 보도 사실을 인지한 즉시 소속사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대책 회의에 참석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며, 스스로 그룹을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고(원헌드레드)가 피고의 의사에 반해 피고를 일방적으로 팀에서 배제시킨 경우에도 피고가 보증조항을 위반하였다고 본다면, 이는 원고의 결정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소속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아티스트 의사와 무관한 소속사의 일방적인 배제 결정을 아티스트의 계약 위반으로 둔갑시킬 수 없다는 논리다. 아울러 해당 사건만으로 전속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파탄 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2막 오르는 법정 공방
이번 1심 판결은 소속사가 도덕적 논란이나 여론 악화를 이유로 아티스트를 일방적으로 퇴출시키고, 천문학적인 위약금까지 청구하는 업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묵직한 의미를 남긴다.
하지만 양측의 치열한 법적 공방은 2막을 앞두고 있다. 원헌드레드 차가원 대표이사 및 레이블 측 법률대리인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원헌드레드 측은 "항소심에서 철저히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아스카 키라라를 직접 만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해, 다가올 항소심에서도 팽팽한 진실 공방이 펼쳐질 것임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