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소송 못 해? 그럼 '후견인'을 세운다⋯동물 위해 발 벗고 뛰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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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소송 못 해? 그럼 '후견인'을 세운다⋯동물 위해 발 벗고 뛰는 변호사

2020. 10. 08 19:38 작성2020. 10. 14 20:01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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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하면서 끔찍한 동물 현실 마주하고, 동물권 관련 법안은 번번이 폐기돼 무력감 느끼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건 동물권 보장이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이란 신념이 있기 때문

소송 자체가 시작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작한 소송.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동물을 위해 소송을 시작한 박주연 변호사의 동물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서초=박선우 기자⋅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그 자체로 천연기념물인 설악산. 이곳에 강원도 양양군 주도로 케이블카 설치 움직임이 불어닥치며, 설악산에는 바깥세상의 공기가 스며들었다. 설악산을 개발해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이른바 '개발 논리'였다.


설악산 안으로 성큼 들어간 인간의 논리. 여기에 환경 훼손을 이유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환경보호 논리'가 맞섰지만, 그것 역시 인간이 입는 피해에 집중한 주장이었다. 그렇게 모두 케이블카가 설치될지 모를 설악산 하늘길을 두고 눈을 돌린 사이, 그 아래 설악산 땅을 딛고 선 '산양(山羊⋅천연기념물 제217호)'에 주목한 변호사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케이블카 설치 후, 서식지를 잃고 멸종 위기가 예상되는 산양 28마리의 생존권에 집중한 변호사다.


지난 2018년, 동물의 권리를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의 공동대표인 박주연 변호사는 서국화, 이혜윤 변호사 등 PNR구성원들과 함께 산양들을 '대신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케이블카 설치를 막아 산양의 터전을 지켜달라는 취지였다. 인간이라면 케이블카를 피해 이사라도 가면 될 일이지만, 멸종위기종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산양에게는 생명이 달린 절박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꼭 원고가 산양일 필요가 있을까?"


물론,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원고로 하는 소송에 동참해도 산양은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소송에서 산양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박주연 변호사는 "사람들의 이익으로 치환된 동물의 권리가 아닌 동물이 주체가 된 소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장에는 원고 '산양 28마리'의 이름이 산양1, 산양2의 방식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법원은 "동물은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다. 법률을 공부한 변호사가 이를 몰랐을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송 자체가 시작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지난 5일 로톡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래야 궁극적으로 인간 모두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에게 '동물권 보장이 이뤄지면 달라질 세상'에 대해,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Q. 산양을 원고로 한 소송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원래 동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동물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사법연수원에 있을 때 경기 이천의 일부 시민들이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면서 돼지를 능지처참한 사건을 알게 됐다. 시위 목적을 강력히 전달한다는 취지였다.


사지가 줄에 묶여 고통스러워하는 돼지의 표정과 돼지가 늘어져 있는 당시 사진을 보고 밤새 울었다. '인간이 뭔데 돼지를 무슨 권리로 이렇게 능지처참을 하나' '돼지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동물권과 관련해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러다 일명 '에쿠스 비글견'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하는 활동을 하게 됐다. 그것을 시작으로 동물권 분야에 뛰어들었고, PNR을 통해 산양을 원고로 한 소송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Q.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소 소송은 원고가 '산양' 28마리인데, 이 소송을 시작한 이유가 따로 있나.

산양의 활동 반경과 케이블카의 소음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을 표시한 지도. /조소혜 디자이너
산양의 활동 반경과 케이블카의 소음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을 표시한 지도. /조소혜 디자이너

"(동물을 원고로 하지 않는) 통상적인 환경소송의 경우 '사람의' 헌법상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이 주요한 법률상 이익이 된다. 자연이 훼손되면 사람의 행복할 권리가 줄어드니까 자연 보호를 하자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인 동물의 권리 즉, 케이블카 공사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물의 이익'은 빠져있다. 동물이 (자신들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진행되면 산양은 멸종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산양(학명 Naemorhedus caudatus)은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준한 바위로 이뤄진 특별한 환경에서만 사는데, 그 지역이 케이블카의 소음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산양의 활동 반경은 1㎢ 정도인데, 케이블카가 들어오게 된다면 산양 자체의 생존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강원도 양양군이 지난 1995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된 설악산천연보호구역 남설악지역에 곤돌라 53대 등을 설치하는 내용이다. 지난 2017년 11월, 문화재청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문화재 현상변경'을 허가하면서 사업이 추진되는 방향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


Q. "동물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과거에도 관련 소송이 각하됐었다. 이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국내 법인 야생생물법과 우리나라가 가입하고 체결한 생물다양성협약 등을 유연하게 해석하면 동물도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는 당사자 능력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산양 소송 당시 참고했던 희귀새 '빠리야'의 모습. /위키피디아
산양 소송 당시 참고했던 희귀새 '빠리야'의 모습. /위키피디아

예를 들어 멸종위기종인 경우 '생물다양성을 보전받아야 하고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 같은 인간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야생생물법에 따르면 산양은 그 서식지를 보호받으며 국가 등으로부터 멸종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지위에 있다.


그러한 취지를 해석하면 인간의 보호 의무뿐 아니라 동물의 '법률상' 고유한 이익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상의 당사자도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미국에는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따라 하와이의 희귀새 빠리야(palila) 등의 동물도 고유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이 동물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환경단체 등을 통해 동물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은 판례를 연구했다."


빠리야 외에도 벌목으로 생존 위기에 처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멸종위기종 바다쇠오리가 지난 1996년 법원에서 "자신의 권리로 소송을 제기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인정받은 적이 있다.


Q. 동물이 소송을 직접 할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동물이 직접적인 소송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산양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단체나 개인을 '후견인'으로 구성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마침 당시 설악산과 산양을 지키는 활동을 26년간 해온 박그림 선생님이 산양의 후견인이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생태학자인 김산하 박사는 원고로 참여했다.


현행법상 모든 소송은 '인격(자연인 및 법인)'이 있어야 제기할 수 있다. 민사소송에서만 예외적으로 종중 또는 교회 등과 같은 집단(비법인사단)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물에 대한 규정은 없다.


행정소송은 인격이 있는 존재가 정부의 처분(이번 경우, 오색케이블카 설치 등)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 그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었다는 것이 인정될 때 제기할 수 있다. 즉, 민사소송과 행정소송 모두 '인격'이 전제되는 것이며, 여기에 '법률상 이익'과 관련이 있어야 행정 소송이 가능한 것이다.


PNR의 박주연 변호사 등은 이런 장벽을 사람을 '산양'의 후견인으로 내세워 뛰어넘는 시도를 한 것이다.


사람을 '산양'의 후견인으로 내세워 소송 장벽을 뛰어넘는 시도를 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사람을 '산양'의 후견인으로 내세워 소송 장벽을 뛰어넘는 시도를 했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Q. 하지만 소송은 각하됐다.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첫 번째 변론기일에서 바로 종결됐다. 준비 기간이 길었고 소송에 투입된 변호사들도 많았다. PNR 변호사뿐만 아니라 녹색법률센터에 계시는 배영근 변호사도 같이 도와줬다. 너무 허황한 주장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국내법과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약 등을 통해 구성하려고 했다. 서면도 상당히 길게 써서 냈는데 재판부에서 고려를 안 해주더라.


사실 각하 판결을 예측할 수 있는 기미가 보였다. 통상 판결 확정 후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 소송비용을 재판부가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원고 측에 미리 내라고 요구한 것도 그렇고.


그렇지만 우리는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선고일에 실제로 각하 판결 선고를 들었을 때 정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원고들 그리고 참여한 변호사들, '혹시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던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했다. 논의 끝에 항소를 통해 다퉈야겠다고 결정해, 항소를 했다. 다만, 소송비용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위축이 돼서 취하했다."


"'혹시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첫 번째 변론기일에서 바로 종결됐다"며 박 변호사는 아쉬움을 표했다. /서초=박선우 기자
"'혹시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첫 번째 변론기일에서 바로 종결됐다"며 박 변호사는 아쉬움을 표했다. /서초=박선우 기자


Q. 각하될 줄 알면서 소송을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법인격은 무조건 '인간만이 법인격을 갖는다'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예를 들어 법인의 경우 인간의 필요에 의해 법인이라는 실체에 법인격을 부여하고 있지 않나. 관념이나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 것처럼 자연과 동물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동물이 (환경 훼손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을 보호해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즉, 인간이 해주지 않는 한 동물의 이익은 영원히 고려되지 않는다.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전혀 다툴 방법이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익으로 치환된 권리가 아니라, 동물의 이익만이 고려되고 동물이 주체가 된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동물권을 위한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동물권이 보장되면 우리 사회에 무엇이 좋은 건가.

"비인간인격체인 동물은 감정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동물을 존중하지 않고, 학대와 방치를 용인하는 사회가 과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동물학대 행위는 사람에 대한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미국 내 다수 연구 결과가 있고, FBI는 동물학대 범죄를 반사회적인 주요 범죄로 규정을 한다. 그만큼 동물에 대한 가학적 행위와 인간사회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비단 동물을 이익만을 주창하는 게 아니다. 결국 인간사회를 더 좋게 하기 위한 것이고, 인간이 더 인간답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물론, 동물을 아예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인간은 낚시도 하고 물고기도 잡아먹지 않나. (동물 관련 단체들의) 공통적인 인식은 인간이 과도한 육식 등 지나칠 정도로 동물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조금 더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을 이용하더라도 동물의 고통을 고려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오로지 이윤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키우다, 고통스럽게 죽인다. 이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비용과 노력이 더 들기 때문이다."


Q. '동물' 대신 '비인간인격체' '비인간동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

"보통 인간과 동물을 '인간 대 동물'로 대비해서 본다. 하지만 인간도 결국 동물이고 역으로 동물도 인간과 같은 생명체다. 비인간인격체라고 말하는 것은 동물을 감정과 고통을 느낄 줄 아는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다. 동물을 더욱 존중하자는 취지인 셈이다. 그런 용어가 잘 사용된다면 동물복지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Q. 여러 동물학대 소송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를 대리하거나 동물 학대 사건의 의견서를 내는 일이 있다. 그럴 때 안타까운 부분을 많이 본다. 사람이 피해를 받았을 때랑, 동물이 피해를 받았을 때랑 수사기관이 심각성이나 경각심을 느끼는 게 다르다. 특히 피해 동물은 말을 못 하니까 죽거나 학대를 당해도 무시당하기 쉽다.


동물이 입은 피해를 대변해주는 보호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경향도 있다. 보호자가 있으면 아무래도 보호자가 목소리를 내고 피해 사실을 주장하면 아무래도 더 반영이 된다.


또한 학대당한 동물을 위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해도 피해당한 쪽은 동물이고, 가해자는 일단 사람이다. 그 사람이 '미안하다' '반성한다'고 얘기하면 형량이 대폭 깎인다. 사람이 피해를 받은 다른 범죄에 비해서는 감형이 쉽게 이뤄진다는 생각을 한다."


"괴로워서 잘 안 간다"고 말했지만, 활동하면서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일을 많이 접한다고 박 변호사는 말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괴로워서 잘 안 간다"고 말했지만, 활동하면서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일을 많이 접한다고 박 변호사는 말했다. /서초=조하나 기자


Q. 동물권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도 자주 나가는 편인가.

"현장에 나가본 적도 있지만, 괴로워서 잘 안 간다. 그런데 활동하면서 접근할 기회가 많다.


PNR에 현장 제보가 많이 들어온다. 개에 대한 문제가 많다. 경기도 외곽에 개 농장이 많고 눈에 잘 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내주기도 한다. 보면 사람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기상천외한 일이 많다. 학대 사건도 많고 보기 싫은 내용들이 많다.


길고양이 범죄도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길고양이 자체를 혐오하는 범죄이기도 한 것 같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표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것에 대한 문의도 사실 많이 온다. 그런 게 많아지는 게 너무 힘들다. 동물들의 현실을 많이 보게 되니까. "


Q. 동물권 보장을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 활동도 하고 있다. 국회의원과의 협업은 어떤가.

"국회를 찾기에 앞서 (동물보호법 등) 법 개정 제안을 다수 국회의원실에 메일과 전화 등으로 드린다. 하지만 답변이 없는 경우도 많고 관련 법 개정에 관심을 주는 국회의원들이 많지 않다.


기억에 남는 경험은 2018년 이상돈 국회의원실, 표창원 국회의원실에서 각각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축산법 개정안과 동물의 임의도살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줬을 때다. PNR도 국회 토론회 발제 등 참여를 했다. 하지만 회기 만료로 법안은 폐기됐다.


Q.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 같은데.

"어렵게 좋은 법안이 발의돼도 국회 본회의에서 계속 통과가 안 된다. 아무래도 직접적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동물권과 동물복지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래서 처리가 항상 뒷순위로 밀린다. 좋은 법안들이 많이 발의됐는데 지난 국회에서 많이 폐기됐다. 그럴 때 무력감을 느낀다. 물론, 이번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겠지만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는 동안 안 좋은 현실들은 계속 진행 중이고, 해결은 더딘 게 안타깝다. 나름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변화되는 게 너무 없으니까 사실 '내가 계속할 수 있나,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순간들이 많다. 정말 힘이 부족한 것 같다. 한 단체나 한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다.


PNR과 같이 작업하는 국회의원들과는 협업이 잘 되는 편이지만 관심이 없는 국회의원까지 더 설득하러 다니는 게 필요하다."


Q. 최근에는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요새 인터뷰 많이 하고 있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에 나간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방송에 별로 안 나가고 싶다.(웃음) 그런데 (동물권은) 매체에 계속 나가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말까 하는 마이너한 분야다. (PNR 내부에서는) 바빠도 나가자는 분위기다.


그런 식으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계속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해 언론 취재가 많이 되고 이슈가 되면 좋을 것 같다. 개물림 사고도 이슈가 많이 되니까 그런 것들은 굉장히 일사천리로 개정됐다. (반면) 동물을 보호하는 미비한 부분들에 대한 입법 발의와 개정은 정작 굉장히 더디다."


Q. 활동하면서 힘든 부분만 얘기했다. 좋았던 일은 무엇인가.

"일명 '개 전기도살 사건'에서 피고인한테 동물보호법 위반 무죄를 선고했던 기존 판결을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했을 때다. 당시 PNR이 2심 그리고 상고심에 이 사건을 동물보호법 유죄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방청했다. 판결이 났을 때 기뻐서 환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물보호법이나 구체적인 해석, 판례, 입법 방향, 개선 방향이 집약된 기본서가 있으면 했는데, 최근 PNR 소속의 변호사들과 '동물보호법 강의'를 공저해서 출판된 것도 뿌듯하다.


또한, 해외 입법례 등을 연구하고 법률 개정안을 작성해 국회의원실에 제안을 했을 때 국회의원실에서 이를 참고로 관련 내용을 발의해주는 경우에 보람을 느낀다."


활동하면서 뿌듯했던 일로 PNR 소속의 변호사들과 '동물보호법 강의'를 공저한 것을 뽑은 박 변호사. /서초=박선우 기자
활동하면서 뿌듯했던 일로 PNR 소속의 변호사들과 '동물보호법 강의'를 공저한 것을 뽑은 박 변호사. /서초=박선우 기자


Q. 앞으로 동물권 이슈 중에서 시급히 해결할 부분은 무엇인가.

"학대를 당한 반려동물을 법 조항에 근거해 주인과 격리해도 법적으로 몰수 자체는 할 수 없다. 결국 (주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그게 되게 이상하다. 학대받은 동물이 나중에 다시 (그 주인에게) 가면 그 동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학대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학대를 예방하는 법적 장치가 안 돼 있다. 시급히 개정돼야 하는데 문제의식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2~3건 정도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PNR 차원에서도 관련 개선안이 포함된 개정안을 작성해서 이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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