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가 SNS에 올린 글 속 "기사화 원하지 않는다", 과연 법적 효력 있는 요청일까
인플루언서가 SNS에 올린 글 속 "기사화 원하지 않는다", 과연 법적 효력 있는 요청일까
지난 2일 SNS에 '둘째 아들 사망' 소식 올리며 "기사화 원하지 않는다"
많은 곳에서 일제히 기사화⋯요청 어기고 보도한 책임을 지게 될까
변호사들 "보도 자체만으로는 책임 묻기 어려워"⋯ 왜?

50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의 둘째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SNS에는 '기사화를 원치 않습니다'라는 요청이 담겨있다. /네이버 뉴스 검색⋅하준파파 인스타그램 캡처
50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 하준파파⋅하준맘(본명 황태한⋅박미연)의 둘째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일 하준파파가 직접 본인의 SNS에 "이준이(둘째 아들)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하늘나라로 갔다"고 밝히면서다. 함께 공개한 장례식장 사진 속에는 둘째 아들의 모습이 담겼다.
그런데 해당 게시물 맨 아래를 보면 유가족의 간접적인 부탁이 보인다. "기사화를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심경 토로였다. 다른 계정의 게시물에도 똑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번 사건의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부탁은 지켜지지 않았다. 게시물이 올라온 지 1시간 만에 관련 기사가 쏟아졌고, 하루가 지나자 40건에 달하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언론은 "돌연사 왜?", "끔찍한 순간"이라는 등 자극적인 제목을 쓰기도 했다.
유명 인플루언서인 동시에 자녀를 잃은 유가족이기도 한 하준맘⋅하준파파. 이들의 의사에 반해 사망 소식을 보도한 언론사의 책임은 없는 걸까.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우선 "이번 사건의 인플루언서 또는 유튜버 등을 '공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하준파파⋅하준맘을 공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했다. "공인의 본래 의미가 고위공직자 등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공적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고 했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도 "최근 판례가 정치인뿐 아니라 연예인도 공인의 범위에 놓고 있지만, 인플루언서까지 공인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유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구독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이들은 (구독 버튼을 누르는 등) 아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장일치로 이들이 '공인'이 아니라는 의견. 그렇다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사생활이 두텁게 보호되어야 했다.
법률 자문

그렇다면, 일반인과 같은 인플루언서의 사생활을 마음대로 보도한 언론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하지만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서는 "이들이 공인은 아니지만, 언론사의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했다. "(언론사가 아니라) 인플루언서 본인 스스로가 사망 소식을 공개했기 때문"이었다.
이동찬 변호사는 "이번 사망 소식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비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사자가 스스로 해당 소식을 알렸다는 점에서 기사화가 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을 내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보도 내용에 자극적이거나, 조롱하는 내용이 담겼다면 문제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결론적으로는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고 했다. 종합했을 때 "스스로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기사화는 하지 말아 달라는 다소 모순된 성격의 법적 요청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임원택 변호사는 "이번 보도가 사생활에 대한 침해인 건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자녀의 사망 소식 자체는 본인들의 의지에 따라 공개되었다"며 "언론사의 구체적인 책임 범위는 기사 내용의 표현이나 수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