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응시기회 막고 '오탈자' 만드는 법 합헌이라는 헌재 관점, 매우 가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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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응시기회 막고 '오탈자' 만드는 법 합헌이라는 헌재 관점, 매우 가혹해"

2019. 07. 08 06:30 작성2020. 10. 18 1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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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m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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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교수 '변호사시험법 제7조 헌법소원' 판례평석서 주장

응시기간 '졸업 후 5년'으로 일률 제한, 과도하고 불합리하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를 둘러싼 '응시기간' 제한 논란이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 20대 후반의 A씨는 모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후, 입학 직전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로스쿨 재학 중인 3년 동안은 출산을 뒤로 미루기로 남편과 합의한 뒤 공부에만 매진했다. 학점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A씨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출산을 감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늦어도 2년 안에는 합격할 거라고 생각한 A씨는 “2년만 더 미뤘다가 합격한 후 아이를 갖자”고 남편을 설득했다.


A씨가 첫 응시한 3회 변호사시험은 합격률이 처음 60%대로 내려앉은 해다. 생각처럼 첫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 A씨는 “두 번까지는 예상을 했으니 다음에 잘 하자”는 마음으로 1년을 더 준비했다. 하지만 4회 변시의 불합격자 996명 안에 포함되고 말았다.


변호사시험 1회 합격률이 87%였던 것만 생각하는 남편과 지인, 시댁 식구들은 A씨가 두 번을 연이어 낙방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거 다 붙는 시험 아니냐”며 대놓고 묻기까지 했다.


“2년이면 합격한다더니 이제 와서 변호사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렇게 설파하는 건 뭐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평소에도 말을 가볍게 던지는 친동생은 “사법시험도 아닌데 언닌 그걸 왜 못 붙어?”라며 속을 긁었다.


A씨는 이따금씩 후회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출산도 계속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빨리 변호사가 되어 활약하려던 꿈은 온데간데 없고, 남은 세 번의 응시 기회가 시한폭탄에 붙은 초시계의 빨간 숫자처럼 위협적으로만 다가왔다.


두 번째 시험 낙방의 쓰라림이 어느 정도 가실 무렵, 남편이 내민 제안은 A씨를 다시 절망케 했다. “먼저 출산을 하고 아이를 어느 정도 양육한 후에 시험을 보라”는 것이다. 다섯 번의 기회를 연속으로 쓰지 말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머리 좀 식힌 후에 다시 응시를 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그런 남편에게 “변호사시험은 졸업 후 5년 동안만 최대 다섯 번을 응시하게 해 주는 것이고, 5년을 넘으면 응시기회가 아예 없다”고 설명을 해 줬다. 남편은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다시 알아보라고 했지만, 법을 확인하고는 A씨 못지않게 절망스러워 했다.


급기야 친정 식구들은 작심이라도 한 듯 “우리가 아니면 냉정하게 말해줄 사람이 없다”면서 “시험을 계속 친다고 합격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니, 일단 애부터 낳고 진로는 변경하라”고 A씨를 나무랐다. “애 낳기엔 이미 늦었다”는 비수까지 꽂았다.


A씨는 분명 스스로 내린 결정인데,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뒤로 미룬 건 자신이지만,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모든 사람의 ‘졸업 후 5년’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A씨가 느낀 억울함은 변호사시험 응시 기간 및 횟수 제한 규정인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서 비롯됐다.


변시 응시 기간을 졸업 후 5년으로 제한한 것은, 모든 응시자들의 5년이 동일한 상황과 조건일 수 없다는 점에서, 즉 누군가에게는 질병과 출산 등으로 시험에만 집중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한 시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불공평하기까지 하다.


수많은 로스쿨생들의 인생을 불필요하게 제약하고 있는 이 규정, 헌재는 왜 거듭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수많은 로스쿨과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2019년 6월 30일자로 ‘원광법학’에 게재된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변호사시험법 제7조 “응시기간 및 응시횟수의 제한”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자교의 변시 합격률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로스쿨생들은 변시 경쟁률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단 한 명이라도 경쟁 변호사가 더 많이 배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 조항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해마다 위헌성 시비가 제기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6년, 2018년에 거듭 합헌 결정을 냈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사법시험의 폐해를 변호사시험에서 재현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고시낭인 방지를 위해 도입한 로스쿨 제도’라는 정서가 강하다. 헌법재판소는 로스쿨제도의 입법 취지를 그대로 합헌 결정의 논거로 들었다.”


나름의 입장이 중요할 수 있는 로스쿨이나 변호사들은 차치하고, 대상 규정 자체가 현실에서 양산하고 있는 위헌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 헌재가 합헌 결정의 논거로써 로스쿨 제도의 입법취지를 그대로 썼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상 규정의 위헌성을 판단해 달라고 했더니 “로스쿨 취지가 합헌이다”라고 답한 것에 다름 아니다.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는 이 조항이 합헌이라면, 논리적으로도 합헌 이유가 취지 그 자체여서는 안 된다.


헌재가 우선한 공익, 개인의 자기결정권보다 정말 중한가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6. 9. 29. 2016헌마47·361·443·584·588(병합)’ 결정에서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이렇게 설시했다.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인력 낭비, 응시인원 누적으로 인한 시험 합격률의 저하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공익은, 청구인들이 더 이상 시험에 응시하지 못하여 변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못하는 불이익에 비하여 더욱 중대하다.”


이에 대해 정형근 교수는 위 논문에서 “헌재가 우선시한 공익을 해칠지 모른다고 우려한 현상들이, 실제로 발생할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해 졸업인원이 2천 명 이내라는 점에서 ‘인력 낭비’라고 할 정도의 응시자 증가를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법조 시장은 변호사 숫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처우가 낮아졌다. 이 때문에 과거 사법시험과는 달리, 인생을 다 바쳐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릴 유인이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게 정 교수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 8년간 배출한 법전원 졸업생들은 대부분 그 정도의 유인을 느끼고 있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사법시험 때의 ‘고시낭인’ 정도로 ‘변시낭인’ 양산을 우려하는 것은 정확한 현실 인식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상 조항이 만들어낸 ‘5탈자(5년, 5회의 응시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는 이미 현실화된 크고 급한 불인데, 불씨도 미미한 ‘변시 낭인’을 우려하는 헌재는 아직 사법시험이 남긴 그을음만 바라보고 있는 격이 아닐까.


정 교수는 “합격률 저하를 방지하기 위한 공익도 중요하지만, 법전원까지 졸업하고 장래의 인생을 향하여 도전하고 있는 응시자들의 사익을 가볍게 볼 것은 아니”라면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응시자들의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제도를 긍정하는 헌법재판소의 기본권 인식 태도는 매우 가혹하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자격시험 전제로 만들어진 응시기회 제한, “전제 무너졌으므로 삭제가 타당”

정형근 교수에 따르면, 로스쿨 제도 도입을 포함한 사법개혁은 1995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세계화 추진위원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1999년 김대중 대통령 때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때는 사법개혁위원회가 이어받아 개혁안을 논의했다.


이때 진행된 일련의 논의과정에서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졸업자를 대상으로 변호사 자격시험을 실시해 합격자에게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되, 변호사자격시험의 합격률은 80%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방안이 건의안으로 채택됐다.


이후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 출범했고, 국회는 앞서 채택된 건의안대로 변호사시험이 응시자의 80% 가량을 합격시키는 자격시험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제하고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했다. 이처럼 응시기회제한 조항은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는 제도의 산물인 것이다.


하지만 제도는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2019년 제8회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은 50.78% 불과했고 심지어 지난해에는 49.35%로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도입 취지를 바탕으로 자격시험을 전제하여 설계된 법이, 전제가 무너져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다시 도입 취지를 들며 합헌 판단을 내린 헌재 결정은 수긍하기가 무척 어렵다.


더욱이 일본을 제외하고는, 변호사시험의 응시‘기간’ 제한을 두고 있는 입법례가 없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변호사시험에 언제부터 시작하여 몇 회를 응시할 것인지는 각자의 자기결정에 일임하는 것이 행복추구권 안에 포함된 자기결정권을 향유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다소의 시간의 걸리더라도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소망을 국가가 강제로 좌절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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