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자석 떼서 엘리베이터에 붙인 배달기사…단순 장난? 재물손괴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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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자석 떼서 엘리베이터에 붙인 배달기사…단순 장난? 재물손괴죄 맞다

2025. 09. 19 12:5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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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부수지 않아도 본래 기능 못 쓰게 하면 성립

피해자 "아이 얼굴·집 주소 알아 무서워"

"아기가 자고 있으니 노크해달라"는 자석 안내문. 배달 기사는 이를 떼어 엘리베이터 천장에 붙이고 사라졌다. /JTBC News 유튜브 캡처

햄버거를 배달하고 돌아가던 기사가 현관문에 붙어있던 자석을 떼어낸다. '아기가 자고 있으니 노크해달라'는 평범한 안내문이었다. 기사는 엘리베이터 안에 자석을 붙였다 뗐다 하더니, 이내 천장 한가운데에 붙여놓고 사라졌다.


이 황당한 행동을 CCTV로 확인한 제보자 A씨는 단순한 장난으로 넘길 수 없었다. 배달 기사는 A씨의 4살 아이와 "감사합니다. 비 오니까 조심히 가세요"라는 따뜻한 대화까지 나눈 직후였다.


A씨는 "우리 집 호수도, 아이 얼굴도,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아는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없어 무섭다"며 결국 배달 기사를 재물손괴죄로 경찰에 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석 안 부쉈는데…재물손괴죄 가능할까?

배달 기사의 행동은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부수거나 망가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효용을 해한다'는 의미가 핵심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물건을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더라도 일시적으로 그 물건을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면 죄가 성립한다.


A씨의 자석 스티커는 현관문에 붙어 외부 방문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자 효용이었다. 배달 기사가 이를 떼어 엘리베이터 천장에 붙임으로써, 자석은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비록 자석 자체가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그 쓰임새, 즉 효용을 해쳤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배달 기사가 의도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 이상, 재물손괴의 고의 또한 명백하다.


주거침입 등 추가 혐의 적용은 어려워

일각에서는 배달 목적 외의 행동을 했으니 주거침입죄 적용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주거침입죄 성립은 어렵다.


대법원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복도 등 공용 공간도 주거침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지만, 배달 기사는 배달이라는 정당한 목적으로 아파트에 들어왔다. 배달 완료 후 스티커를 떼어낸 행위가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별도의 침입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업무방해죄 역시 위력 행사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어 적용이 까다롭다.


다만, 경범죄처벌법상 기물파손 혐의는 적용될 수 있다. 자석의 재산적 가치가 크지 않고 피해가 경미해, 수사기관이 재물손괴죄 대신 경범죄로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법리적으로는 엄연히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객을 충족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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