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묘 파헤쳐 유골 화장…‘실수’라도 처벌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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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묘 파헤쳐 유골 화장…‘실수’라도 처벌 피할 수 없다

2025. 10. 23 11:35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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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묘인 줄 알고 파묘·화장…‘착각’에도 형사처벌 가능

남의 아버지 유골 화장한 남성…법의 심판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신의 아버지 묘로 착각해 남의 묘를 파헤치고 유골까지 화장해버린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은 원상복구와 3천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했지만, 가해자 측은 "고발하라"며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설령 실수였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느 날 A씨는 자신의 아버지 묘가 파헤쳐지고 유골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범인은 바로 위쪽 묘지의 주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A씨의 아버지 묘를 착오로 개장(묘를 옮기거나 고쳐 장사 지냄)하고 화장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던 A씨는 가해자에게 원상복구와 정신적 피해보상금 3천만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배상 불가, 마음대로 고발하라"는 적반하장식의 답변이었다.


"내 아버지 묘인 줄 알았다"…실수면 처벌 피할 수 있나?

가장 큰 쟁점은 가해자의 '고의성' 여부다.


형법 제160조는 타인의 분묘를 발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분묘발굴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죄는 원칙적으로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일부 변호사들은 "가해자가 자신의 조상 묘로 굳게 믿고 관리해왔다는 사정 등이 있다면 고의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가해자의 묘가 바로 옆에 있었다면 법원이 과실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진훈 변호사는 "묘의 표지 확인 등 기본적인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했다면 '미필적 고의(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용인한 심리 상태)'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일권 변호사 역시 "묘지를 개장하고 화장까지 한 행위는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수를 주장하더라도 상식적인 확인 절차조차 건너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허가 없는 개장' 그 자체가 범죄…'고의' 논란의 허점

설령 고의성 다툼이 치열하더라도 가해자가 빠져나갈 구멍은 거의 없어 보인다.


바로 '무허가 개장' 문제 때문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묘를 개장하려는 자는 반드시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서아람 변호사는 "관할 지자체의 개장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명백한 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개장신청 없이 파묘와 화장을 진행한 것이 사실이라면 고의가 아니더라도 중대한 과실로 평가돼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즉, '실수'라는 변명과 무관하게, 행정 절차를 무시한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라는 의미다. 결국 A씨는 가해자를 분묘발굴죄뿐만 아니라 장사법 위반으로도 형사 고소할 수 있는 셈이다.


돌이킬 수 없는 슬픔, 위자료는 얼마?…"3천만원 요구, 과하지 않다"

형사 책임과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확실시된다.


민사소송은 고의가 아닌 '과실'만으로도 상대방의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타인의 묘를 훼손하는 행위가 유족의 추모 감정과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위자료 액수가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우중 변호사는 "유사 판례를 근거할 때 위자료 1천만~3천만 원이 인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유골이 화장돼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이 더 높은 액수를 인정할 수도 있다.


서아람 변호사는 "예외적으로 5천만 원 이상이 인정된 사례도 존재한다"며 "A씨가 요구한 3천만 원은 법원에서도 과도한 수준이 아니며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법조 전문가들은 A씨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병행해 가해자를 압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해자의 행위는 단순 실수를 넘어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그에 상응하는 법의 심판과 배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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