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위반하셨습니다, 폰트 프로그램 구매하세요" 이런 내용증명에 대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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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위반하셨습니다, 폰트 프로그램 구매하세요" 이런 내용증명에 대응하는 법

2021. 06. 14 14:24 작성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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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서 보호하는 건 '폰트' 자체가 아닌 '폰트 파일'

어느 날 한 법무법인에서 보내온 이메일 한 통이 A씨를 당황스럽게 했다. 저작권 위반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이었다. /'눈누' 홈페이지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귀하는 폰트(서체)를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법을 위반했습니다."


어느 날 한 법무법인에서 보내온 이메일 한 통이 A씨를 당황스럽게 했다. 저작권 위반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이었다. A씨 회사가 외주업체를 통해 만들었던 이미지를 문제 삼으며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겁이 난 A씨는 메일을 보낸 법무법인에 연락했다. 그랬더니 "정식 프로그램을 20만원 할인해줄 테니 구매하라"며 "그러면 고소까지는 안 갈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할인을 받아도 해당 프로그램 구매가는 100만원이 넘었다.


외주를 준 업체가 어디였는지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래된 작업물. 그 때문에 100만원 넘게 지출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다. A씨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폰트 사용한 이미지라도 저작권 침해 아니다?

이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일단 A씨를 안심시켰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일단 ① 폰트 그 자체는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고 ② 외주 업체에 이미지 제작을 맡겨 결과물만 이용한 건데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외주 업체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① 폰트 도안은 저작물로 인정 안 해 = 저작권법 보호 대상 아니야

폰트란, 특정한 모양의 글자 집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흔히 우리가 아는 궁서체, 고딕체 등을 말한다. 이는 그 자체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 아니다.


즉, 궁서체를 보고 손글씨로 따라 쓴다고 해서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 폰트를 컴퓨터 등에 나타내기 위한 '폰트 파일'(폰트 프로그램)은 다르다. 궁서체 폰트를 함부로 다운로드받아서 어떤 표현물에 사용했다면, 그건 저작권법 위반이다.


언뜻 보면 같아 보이지만, 우리 법원은 폰트와 폰트 파일을 엄격히 구분한다. 폰트는 "실용적인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94누5632)는 이유로 저작물로 보호하지 않지만, 폰트 파일은 다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해당하고, 제작자의 창의적 개성이 표현된 저작물로 본다"(대법원 99다23246)는 이유에서다.


정리하면, 폰트를 이용한 결과물만으로는 법을 어겼다고 보지 않는다. 법무법인 승운의 정석원 변호사도 "원칙적으로 폰트 프로그램 자체를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니라면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 회사는 외주 업체를 통해 디자인 결과물을 받았기 때문에, 회사에 폰트 파일이 저장돼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저작권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② 외주업체 통해 제작 맡겼다면? 제작자에게 원칙적으로 책임 있다

하지만, 폰트 파일을 내려받아서 작업한 사람은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다. A씨의 경우 외주업체를 통해 이미지를 제작했다. A씨는 폰트 파일을 이용한 결과물인 이미지를 받았고, 이를 이용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A씨에게는 저작권 침해 책임이 없고, 이를 제작한 사람에게 있다.


이는 우리 민법에 따른 것이다. 동법 제757조에 따르면 '도급인(일을 준 사람)은 수급인(일을 한 사람)이 그 일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7년 A씨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판단이 있었다. 외주업체가 홍보 영상물 속 자막을 한 회사의 폰트 파일을 무단으로 이용해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납품했는데, 이때 도급인에게 저작권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쟁점이 됐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도급인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외주업체가 폰트 프로그램(폰트 파일)을 사용한 행위에 수급인인 업체 쪽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수급인이 독립적인 지위에서 재량껏 만든 저작물에 한한다. 만일 A씨가 "해당 폰트를 이용해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따라 만들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하여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규정도 있기 때문이다.


책임 없대도 내용증명에 답변은 해줘야⋯무대응 시 형사고소 위험

법률상 책임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 A씨는 가만히 있어도 될까.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지혜로의 박봉석 변호사는 "무대응으로 있으면 상대방에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할 수도 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어떤 외주업체를 이용했는지 밝힐 필요는 없으나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분에 대한 근거를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상대가 말하는 대로 합의금을 주거나 폰트 프로그램을 구매하지 말고, 상황을 정리해 답변하면 된다는 의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한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알기'에 나온 대응 방법. /한국저작권보호원 홈페이지


덧붙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발행한 '글꼴 파일 저작권 바로알기'에 따르면, 이런 문제에 대해 저작권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조정요청을 할 수도 있다고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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