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편성 대가로 1.6억 꿀꺽한 PD, 돈 돌려줬지만…법원 "1.6억 더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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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편성 대가로 1.6억 꿀꺽한 PD, 돈 돌려줬지만…법원 "1.6억 더 내라"

2025. 08. 18 17:34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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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반환했지만 법원 '추징은 별개' 판단

드라마 편성을 조건으로 1억 6천만 원을 챙긴 방송사 CP. 발각되자 돈을 토해냈지만 소용없었다. /셔터스톡

"드라마 편성을 도와달라."


한 방송사의 드라마 책임프로듀서(CP)였던 A씨는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은밀한 청탁과 함께 1억 6천여만 원의 뒷돈을 챙겼다. 1억은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로, 나머지 6천여만 원은 법인카드를 쓰는 방식이었다.


결국 이 사실이 발각돼 재판에 넘겨진 A씨. A씨는 뒤늦게 받은 돈과 법인카드 사용액을 모두 반환했지만, 법원은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함께 받은 돈 전액에 해당하는 1억 6,559만 원을 추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이미 돈을 다 돌려줬는데 또 추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못 박았다.


'기획료'로 위장한 1억, 체크카드에 담긴 검은 거래

사건의 시작은 드라마 제작사 대표 B씨가 A씨의 '힘'을 빌리고자 하면서부터였다. B씨는 A씨와 친분이 있는 연출자 C씨를 통해 "A씨에게 연출료 3억을 주면, 그가 책임자로 있는 방송사에 드라마를 편성시켜 줄 것"이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거래는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연출자 C씨는 제작사로부터 받은 3억 중 1억을 자신의 계좌에 넣은 뒤, 그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A씨에게 건넸다. A씨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꼬리 없는 돈'을 만든 것이다.


A씨는 이 카드로 4개월 만에 1억을 모두 사용했다. 법정에서 A씨는 이 돈이 "내가 쓴 드라마 기획안의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인 기획안을 1억에 양도하면서 계약서 한 장 남기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연출자를 거쳐 체크카드로 돈을 건넨 복잡한 방식은 부정한 명목으로 은밀하게 돈이 오갔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판단했다.


"반납은 반납, 추징은 추징"…범죄수익엔 관용 없다

A씨 측이 가장 억울해했던 부분은 '추징'이었다. A씨는 문제가 되자 제작사 측에 법인카드 사용액을 훌쩍 넘는 7,000만 원을 반납하고, 체크카드로 받은 1억도 법원에 공탁했다. 총 1억 7,000만 원을 토해내며 선처를 호소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수수한 뇌물을 소비한 후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반환했더라도, 뇌물 그 자체를 반환한 것은 아니므로 전액을 추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추징'의 법적 성격 때문이다. 추징은 범죄로 얻은 불법적인 이익을 박탈하여, 범죄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A씨가 받은 1억 6천여만 원은 '드라마 편성 청탁'이라는 범죄 행위의 대가였고, A씨는 이미 그 돈으로 식사를 하고 물건을 사는 등 이익을 누렸다. 뒤늦게 다른 돈으로 그 액수를 채워 넣었다고 해서, A씨가 누렸던 '불법적인 이익'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법원의 논리다.


무거워진 형량, '거래의 청렴성' 훼손한 대가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1심보다 높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A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방송사업자 임직원인 피고인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거액을 수수한 것은 방송 편성이라는 거래의 청렴성을 중대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걸리면 돌려주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법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범죄로 얻은 이익은 단 한 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이자, '검은돈'의 끝은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것임을 보여주는 뼈아픈 교훈이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노2984 판결문 (2025. 3. 1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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