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부하 얼굴로 'AI 커플 사진' 만들어 카톡 프로필에…경찰 "성범죄 아니다"
직장 상사가 부하 얼굴로 'AI 커플 사진' 만들어 카톡 프로필에…경찰 "성범죄 아니다"
성범죄 무혐의라도 명예훼손·모욕·스토킹처벌법 적용 검토 가능

부하 직원의 얼굴을 무단 도용해 만든 '가짜' 연인 사진이 직장 상사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버젓이 올라왔다. /'SBS 뉴스' 유튜브 캡처
직장 상사가 부하 여직원의 얼굴을 무단으로 도용해 자신과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가짜 'AI 커플 사진'을 만들었음에도, 경찰이 "성범죄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1월, 서울 구로구청 공무원 A씨가 같은 과 상사인 간부 B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B씨의 프로필에는 몸에 달라붙는 민소매 차림으로 B씨를 끌어안고 있는 여성, 어깨에 손을 올린 채 B씨를 바라보는 여성의 사진 등 연인처럼 보이는 이미지 여러 장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 속 여성은 A씨와 똑 닮아 있었고, 심지어 A씨의 이름에서 따온 듯한 영어 문구까지 적혀 있었다. 이는 모두 B씨가 구청 내부 조직도에서 A씨의 사진을 내려받아 생성형 AI로 합성한 가짜 사진이었다.
A씨는 성폭력처벌법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B씨를 고소했지만, 경찰은 성범죄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노출 심하지 않다"며 무혐의 처분한 경찰…법조계 "지나치게 좁은 해석"
경찰이 B씨의 성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표면적 이유는 "노출이 그리 과하지 않고, 성적 행위로 해석될 모습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즉,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편집등의 죄가 성립하려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하는데, 해당 사진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법원은 성적 수치심의 의미를 단순히 부끄럽고 창피한 감정으로만 좁게 보지 않고, 분노·공포·무기력·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반드시 나체나 성행위 장면이 있어야만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민소매 차림으로 상사와 연인처럼 묘사된 사진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게시된 행위 자체가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법원은 성적 수치심 유발 여부를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의 사진을 무단 합성해 연인처럼 묘사한 것을 공개 프로필에 올린 행위는, 일반적인 여성의 관점에서 충분히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음에도 경찰이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범죄 성립에 가해자의 성적 의도는 필요 없어"
논란이 일자 B씨는 SBS 인터뷰를 통해 "예전부터 연예인 사진 등으로 합성을 취미 삼아 해왔다"며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법정에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1항의 허위영상물편집죄는 행위자의 성적 의도(목적)를 범죄 성립 요건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주관적으로 성적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합성물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라면 범죄는 성립한다.
오히려 "취미 삼아 해왔다"는 해명은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타인의 사진을 무단 합성해왔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어 법적으로 전혀 유리할 것이 없다.
성범죄 빗겨가도 처벌은 가능… 명예훼손·모욕부터 징계 사유까지
만약 성범죄 혐의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리되더라도, B씨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하다. B씨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위의 연인 관계를 묘사한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이라는 정보통신망에 게시했다.
이는 형법상 명예훼손은 물론,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경찰 역시 이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긴 상태다. 더불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는 점에서 모욕죄 적용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행정적 제재도 뒤따라야 마땅하다. B씨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및 양성평등기본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며, 이는 무거운 징계 사유가 된다.
그러나 구청 측은 직위해제 한 달 만에 B씨를 복직시켰을 뿐, 내부 감사나 징계는 전혀 내리지 않아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만약 B씨의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었거나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까지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