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옥상에 노숙자가 있다? 침낭까지 깔고 잔 20대, 처벌과 경비원 책임은
내 집 옥상에 노숙자가 있다? 침낭까지 깔고 잔 20대, 처벌과 경비원 책임은
아파트 옥상서 20대 대학생 적발
경찰 출동해 상황 종료
관리실 "종종 있던 일"

아파트 옥상에 매트와 짐을 놓고 생활하던 외부인 모습. /보배드림 인스타그램
출근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매일 아침 머리 위에서 정체불명의 코골이 소리가 들려온다면 어떨까. 충남의 한 아파트 꼭대기 층에 거주하는 A씨가 겪은 황당한 사연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옥상 문을 열고 올라간 A씨가 마주한 것은 매트까지 깔고 온갖 짐을 챙겨 생활하던 20대 후반의 대학생 노숙자였다.
놀란 A씨의 신고로 경찰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출동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A씨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건 관리실의 태도였다.
관리실 측은 "유독 우리 동에 이런 일이 종종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A씨가 "처음이 아니라면 미리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관리실은 "괜한 말을 했다"며 발을 뺐다.
A씨는 "만약 흉악범이 숨어 있다가 마주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파트 옥상에 몰래 살림 차린 불청객⋯ '주거침입죄'로 처벌
내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아니지만, 아파트 옥상에 무단으로 거주한 이 남성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이 사건은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우리 법원은 아파트 옥상이나 지하실, 공용계단, 복도 같은 공용부분도 주민들의 주거 평온을 보호해야 할 관리하는 건조물로 본다.
주민 허락이나 정당한 권리 없이 이곳에 몰래 들어갔다면 그 자체로 범죄가 된다.
특히 이 남성은 잠시 머문 것이 아니라 짐을 두고 생활했다. 이 경우 범행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계속범으로 인정돼, 최초 침입부터 거주한 행위 전체가 하나의 주거침입죄로 무겁게 묶여 처벌받을 수 있다.
여기에 A씨가 집 안에서 들을 정도로 크게 소란을 피웠다면,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 혐의가 추가될 여지도 있다.
"종종 있던 일"이라는 관리실⋯ 경비업체 책임 물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반복되는 옥상 침입을 방치한 아파트 관리실이나 경비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경비업법은 경비원이 업무 수행 중 고의나 과실로 경비대상에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 경우, 경비업자가 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법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관리실 직원이 "종종 이런 일이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법률적으로 이는 예견가능성이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이미 동일한 유형의 외부인 침입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그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옥상 출입문 잠금을 강화하거나 정기 순찰을 도는 등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경비원의 명백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과실)'에 해당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경비용역계약 당사자로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면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는 존재한다. 건물 꼭대기에 외부인이 매트를 깔고 살 것이라고 통상적으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경비업체와의 계약 내용상 옥상 순찰이 필수 의무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A씨나 아파트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인명·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더라도 그 실익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탑층에 사는데 그 위에 공간이 있다면 꼭 한 번 확인해보라"고 경고했다. 황당한 해프닝일 수 있지만, 허술한 아파트 보안 시스템은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