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게임을 이기려면 너를 족쳐야 한다" 판결문으로 본 배구계 '학교폭력'
"오늘 게임을 이기려면 너를 족쳐야 한다" 판결문으로 본 배구계 '학교폭력'
배구부에서 벌어진 학교 폭력 판결문 찾아보니⋯학생도 감독도 폭행 '만연'

배구계 '학교폭력'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배구'를 키워드로 판결문을 찾아봤다. /셔터스톡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으로 시작된 배구계 '학교폭력' 후폭풍이 거세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한국 배구계를 대표하는 간판급 선수 네 명의 출전이 중단됐고, 추가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톡뉴스는 15일 '배구'를 키워드로 학교폭력 판결문을 찾아봤다. 판결문 속에서 마주한 배구계는 폭력이 넘실대는 아수라장이었다.
시합 중 스파이크가 상대방 블로킹에 막혔다고, 연습 중에 자세가 조금 높았다고, 체력훈련 중 어지러워 잠시 멈췄다고⋯. 감독이나 선배는 후배 선수들을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넘어지면 온몸을 발로 짓밟았다.
특히 부산의 한 유명 여자 중⋅고등학교에서 행해진 폭력이 가장 심했다.
이 학교 감독은 손에 잡히는 대로 폭력을 휘둘렀다. 밀대 자루, 라켓, 1미터 길이의 쇠통, 티볼배트. 배구장에 있는 모든 물건이 체벌 도구였다.
지난 2017년 9월 부산지법에는 2011년부터 있었던 폭력 사건에 대한 재판이 뒤늦게 열렸다. 피고인석에는 부산의 유명 여고 감독 A씨가 앉았다. 그를 고발한 사람은 한때 그의 제자였던 학생들 셋이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1년 5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상습적으로 피해자들을 폭행했다.
폭행의 수위는 상당했다.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발로 허벅지를 걷어차는 건 예삿일이었다. 한 번 손을 들면 뺨을 10회 이상 때렸고, 밀대 자루를 쥐면 엉덩이를 20회 이상을 후려쳤다.
학생들이 이렇게 맞은 건 "스파이크가 상대편 블로킹에 막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시합에서 지면 볼 것도 없었다. 뺨을 얻어맞던 제자가 바닥에 쓰러지자 A씨는 제자를 발로 걷어찼다.
지난 2014년 6월의 어느 평가전 직후엔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제자에게 철제 의자를 집어 던졌다. 의자에 팔을 맞은 학생은 시퍼렇게 멍든 팔을 옷으로 가리고 경기장을 떠났다.
A씨의 폭행은 시합 결과가 나쁠 때마다 이어졌지만, 때로는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2013년 9월 경북 영주의 한 체육관에서 A씨는 피해자 두 명을 불러 세웠다. 그러더니 "오늘 게임을 이기려면 너희를 족쳐야 한다"며 손으로 얼굴을 수없이 때렸다. 피해자들은 뺨에 멍이 들고 긁힌 자국이 가득한 채로 코트에 나갔다.
그 밖에도 A씨는 1미터 길이의 쇠통이나 티볼배트, 라켓 등으로 무차별 폭행을 휘두르다가 결국 신고됐다. 검찰은 A씨를 상습 상해⋅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을 맡은 부산지법 장기석 판사는 A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장 판사는 "피고인이 가한 체벌이 과하다"면서도 "폭행이 배구부 훈련과정에서만 이뤄졌고, 사건 이후 감독 스스로 지도자의 길에서 물러났다"며 선처했다.
지난 2018년 강릉의 모 중학교도 배구부에서 발생한 폭력문제로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다. 선배였던 B양이 후배의 머리카락을 잘랐던 것. 경기에서 B양에게 제대로 서브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 학교 배구부 감독은 가해자인 B양을 창고로 데려갔다. 그리고선 학교 폭력에 대한 훈계로 또다른 폭행을 자행했다. 후배를 괴롭히고 반성하지 않았다는 게 감독이 말한 '네가 맞는 이유'였다.
감독은 B양을 무릎 꿇리고 뺨과 허벅지 등을 수회 폭행했다.
이 사건 1심을 맡았던 춘천지법 강릉지원(재판장 이여진 부장판사)은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한 훈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감독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에선 선고유예로 감형됐다. ▲20년간 성실히 교직생활을 했고 ▲학생과 학부모, 타 교사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이 이유였다.
지난 2015년 인천의 한 중학교 배구부에서는 2, 3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를 집단 성추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건 가해자들은 지난 2015년 체육관 탈의실에서 배구부 후배에게 성행위가 담긴 영상을 강제로 보도록 하고, 신체부위를 추행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신상렬 부장판사)는 학교 폭력을 주도한 가해 선배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범행에 가담했던 학생들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