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수밖에 없는 팔자" "여자 문제로 구설수" 무속인들의 무차별 사주풀이, 문제없나
"이혼할 수밖에 없는 팔자" "여자 문제로 구설수" 무속인들의 무차별 사주풀이, 문제없나
연예인 사주 풀어내며 부정적 예측 쏟아낸 무속인
사실 아닌 '의견' 밝히는 것은 명예훼손 처벌 어려워

새해를 맞아 앞으로 1년간 운세를 심심풀이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역으로 공개된 개인정보 등을 이용해 사주를 풀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은 사주풀이, 거기에 부정적인 예측들이 담긴 내용을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 /유튜브 캡처⋅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2021년 신축년(辛丑年) 막이 올랐다. 새해를 맞았으니 앞으로 1년간 운세가 어떤지 궁금한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인지 이맘때면 '유명인 사주풀이' '연예인 운세 타로' 같은 콘텐츠가 유독 눈에 많이 띈다.
대부분 유명인의 생년월일 정보를 풀어보거나 관상을 평가하며 새해 운수를 예측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재미로 보는 사주풀이'라는 말과는 달리, 당사자라면 불쾌하다고 느낄만한 부분도 상당수 있다.
한 유튜버는 유명 배우의 사주를 풀어보며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팔자" "남녀관계에 강박관념이 있다"는 의견을 늘어놨다. 이어 또 다른 연예인과 재혼을 할지도 모른다는 점괘를 내놓기도 했다.
다른 무속인 유튜버는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가 2021년에 여자 문제 등 기타 구설에 휘말릴 것 같다며 염려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무속인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여지없이 공개되고 있다.
있지도 않은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악플러의 행위와도 유사해 보이는데 명예훼손죄로 볼 여지는 없을까?
생각과 달리 이러한 행위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어렵다.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는 ❶공연성 ❷특정성 그리고 ❸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 또는 허위사실 적시(摘示: 짚어서 보여주는 일)다.
우선, 이들에게 공연성과 특정성은 인정된다. 특정한 사람(❷)의 운세를 유튜브에 공개적으로 전파(❶)했기 때문이다.
쟁점은 무속인들이 내놓는 운세나 사주풀이가 '사실'을 알린 것이 아니라 '의견'을 표현한 것(❸)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기 위해선 진실한 내용이든 허위이든 사회적 평가 등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을 알린 경우라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사실 여부를 판단할까? 법원은 과거나 현재의 근거들을 토대로 진위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 사실로 본다(2003도4023).
무속인들의 발언처럼 "미래에 이럴 것이다" "아마도 이럴지 모른다"라는 표현은 입증 가능한 사실이 아닌 개인 판단에 해당한다. 아무리 기분 나쁜 사주풀이라도 무작정 처벌할 수는 없는 이유다.
우리 법원은 특정인의 관상을 해석해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2011고정2127). 사람들이 피고인이 올린 내용을 사실로 믿는 게 아니라, 관상학적 의견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이 판단 이유로 꼽혔다.
우리 법은 형법상 명예훼손이 규정되어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으로도 명예훼손을 다루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명예훼손죄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일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할 수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별개의 법으로 형법상 명예훼손보다 더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비방의 목적'이 인정돼야 하는데,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개인 평가를 내놓는 무속인 유튜버들에게는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실무적으로 "입증하기 까다롭다"고 변호사들도 말한다.
다만, 개인적 의견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고 해서 모든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A 연예인은 사주에 성범죄 가능성이 있다. 분명 과거에 감춰진 범죄가 있을 것이다" 등의 말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인 논평을 넘어서 불확실한 사실을 유포한다면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