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로아' 아이템 훔친 도둑이 "명예훼손"으로 되레 협박…누구 잘못일까?
300만원 '로아' 아이템 훔친 도둑이 "명예훼손"으로 되레 협박…누구 잘못일까?
게임 커뮤니티에 IP 접속지 '대전' 언급하자
범인 "지인이 알아봤다"며 합의금 감액 요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최근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 계정을 도용당해 현금 300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잃었다.
범인을 찾기 위해 게임 커뮤니티에 접속 IP 일부와 지역 '대전'을 공개했는데, 며칠 뒤 범인 B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B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A씨의 게시글 때문에 자신의 지인이 자기를 알아봤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액 300만원 중 200만원만 돌려주겠다고 A씨를 협박했다.
피해자에서 순식간에 가해자로 몰릴 처지에 놓인 A씨, 정말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계정 해킹해 300만원 훔치고…적반하장으로 나온 범인
최근 A씨는 자신의 게임 계정에서 현금 300만원어치 아이템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누군가 A씨의 계정에 무단 접속해 아이템을 훔쳐 간 것이다.
A씨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게임 커뮤니티 '인벤'과 개인 방송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범인의 접속 IP 주소 일부를 가리고 접속 지역이 '대전'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얼마 뒤 범인 B씨가 스스로 연락해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B씨는 "당신이 올린 글을 보고 내 지인이 나인 것을 알아챘다"며 A씨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문제 삼았다.
B씨는 이를 빌미로 피해액 300만원이 아닌 200만원만 주겠다고 통보했다. A씨가 전액 반환을 요구하자, B씨는 "300만원을 줄 테니 다시는 어디에도 나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며 오히려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IP 일부·지역 '대전' 언급, 명예훼손 성립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변호사들은 명예훼손죄의 핵심 요건인 '특정성'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봤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가 해당 내용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야 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실명이나 닉네임을 공개하지 않았고 IP도 일부 가린 채 '대전'이라는 광범위한 정보만 언급한 정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특정인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지인이 추정했다 하더라도 이는 제3자의 추론에 불과해 법적 특정성 인정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고 주의를 환기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라며 "설령 특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명예훼손죄의 위법성이 조각될(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협박죄 될 수도"…피해액 300만원 전액 요구는 정당
오히려 법적 문제는 범인 B씨에게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B씨의 계정 도용 및 아이템 절취는 정보통신망 침해 및 절도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법무법인 심 심준섭 변호사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명예훼손을 빌미로 합의금을 감액하려는 것은 협박 또는 강요에 해당할 수 있는 부당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A씨는 B씨의 협박에 응할 필요 없이 피해액 300만원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원금 300만원 전액 반환 요구는 정당하며, 경찰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호사들은 B씨와의 모든 대화 내용을 증거로 확보해 수사기관에 제출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