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넘어져 빠진 앞니, 3개월 전 치료한 치과에 "환불하라"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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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넘어져 빠진 앞니, 3개월 전 치료한 치과에 "환불하라"는 부모

2025. 09. 05 14:3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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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실 아닌 외부 충격, 환불 의무 없어

되레 맘카페 협박은 명예훼손·업무방해죄

한 소아 치과의사가 받은 컴플레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3개월 전, 아이의 앞니를 정성껏 치료해줬던 치과의사 A씨는 최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아이의 앞니가 빠졌다며 치료비를 환불해달라는 부모의 전화였다. 의아하게 생각한 A씨가 자초지종을 묻자 더욱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가 넘어져서 빠졌다"는 것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다. 아이 부모는 의사의 치료와 상관없이 아이가 넘어져서 이가 빠졌음에도, "의사 선생님이 도의적인 책임을 갖고 환불해줬으면 해요"라고 요구했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부모는 "환불 안 해주시면, 치료가 잘못돼서 앞니가 빠졌다고 맘카페에 적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의사의 과실이 아닌, 명백한 외부 충격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운운하며 환불을 요구하는 행위. 법적으로 타당한 주장일까.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은 다르다

의사에게는 환불해 줘야 할 어떠한 법적 의무도 없다. 부모가 주장하는 도의적 책임 역시 법적 책임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의사와 환자의 의료계약은 결과를 보장하는 계약이 아니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최선의 과정을 제공하는 위임계약의 성격을 띤다. 즉, 의사는 치료 과정에서 현대 의학 수준에 맞는 적절한 진료를 할 의무를 지는 것이지, 치료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치료비를 환불해야 할 법적 의무는 ▲치료 과정에서 명백한 의료과실이 있었거나 ▲치료 위험 등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거나 ▲계약서에 특정 조건 시 환불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발생한다.


이번 사례는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치아가 빠진 직접적인 원인은 의사의 치료가 아닌 아이의 넘어짐이라는 외부 충격이기 때문이다.


"치료할 때 너무 많이 깎아서 더 잘 빠진 것 아니냐"는 부모의 주장은 의료과실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 없는 단순 추측에 불과하다. 의사에게 법적 책임이 없는 만큼, 그보다 약한 개념인 도의적 책임을 물을 근거 또한 없다.


환불 거부했더니 맘카페 협박…오히려 부모가 처벌 대상

오히려 문제 소지가 있는 쪽은 부모다. "환불해주지 않으면 맘카페에 치료가 잘못됐다고 글을 올리겠다"고 말한 것은 명백한 협박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켜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


만약 실제로 "치료가 잘못돼 이가 빠졌다"는 허위 사실을 맘카페에 게시했다면, 이는 치과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면 '업무방해죄'까지도 성립 가능하다.


실제로 과거 한 환자가 치과에서 소란을 피우며 "돌팔이, 문 닫게 하겠다"고 말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2015. 06. 25 선고 2014고정476 판결).


의료 분쟁은 감정적인 대응보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법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 자신의 요구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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