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 참 가지런하네요" 중앙부처 성희롱 파문, 법원 "비위는 맞지만 신분 박탈은 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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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참 가지런하네요" 중앙부처 성희롱 파문, 법원 "비위는 맞지만 신분 박탈은 과해"

2026. 02. 12 14:45 작성2026. 02. 12 16: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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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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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는 파릇파릇" 발언에 피해자 실명 공개 '보복 민원'까지

법원 "비위는 맞지만 파면은 너무 가혹"

동료 성희롱과 보복성 2차 가해를 저지른 중앙부처 직원이 파면됐으나, 법원은 징계 수위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처분을 취소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이 동료 여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희롱을 일삼고, 신고가 접수되자 피해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보복성 민원을 넣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파면 처분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비위 행위 자체는 인정되지만,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파면'은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취지다.


"감미로운 목소리" 업무 공간서 쏟아진 선 넘은 언행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사건번호 2024구합55365)는 중앙부처 공무원 A씨가 낸 파면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근무하며 다수의 여성 동료에게 부적절한 성적 언동을 반복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판결문에 적시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가르쳐주던 동료와 피해자에게 다가가 "사랑의 속삭임", "감미로운 목소리"라는 발언을 내뱉어 주변을 당황케 했다. 또한 신규 여직원 발령을 앞두고 "신규 직원은 파릇파릇하다"거나 "신규들이 온다니 떨려서 잠을 못 잤다"며 성적인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여직원의 팔에 난 털을 보고 "털이 참 가지런하네요"라고 말하거나, 얼굴을 자세히 살피며 "홍조가 있어 어려 보인다"는 등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을 지속했다. 심지어 동료 여직원들이 탕비실에 들어가면 뒤따라가 근처에 서 있거나, 얼굴이 닿을 정도로 바짝 다가가 속삭이듯 말하는 행동을 반복해 피해자들에게 큰 불쾌감을 주었다.


피해자 실명 까발린 '보복성 민원' 14건... 2차 가해의 공포

A씨의 비위는 단순 언행에 그치지 않았다. 성희롱 고충 신고로 조사가 시작되자, 그는 2023년 6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총 6개 부처에 14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피해자들의 소속과 실명을 그대로 명시했으며, 이들이 자신을 징계받게 하려고 허위 신고를 했다며 무고죄 등으로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첨부했다.


피해자들은 A씨의 이러한 행동에 극심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한 피해자는 "원고가 또 어떤 보복을 할지 무섭다"고 진술했으며, 다른 피해자는 "용기 낸 것이 후회되고 취소하고 싶을 정도로 공포스럽다"며 정신적 고통을 토로했다. 법원은 이러한 A씨의 행위가 여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입히는 정신적 피해인 '2차 가해'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파면'에 제동을 건 결정적 이유: "비위 맞지만 신분 박탈은 과해"

재판부는 A씨의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고 책임이 무겁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공무원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퇴직연금 수급권까지 제한하는 '파면' 처분은 법리적으로 과하다고 결론지었다.


법원이 징계가 지나치다고 본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일부 징계 사유의 부정: 선물(기프티콘)을 보내거나 식사를 제안한 행위, 탕비실에 따라간 행위 등은 부적절하고 불편함을 줄 수 있으나, 법적으로 '성적 굴욕감을 주는 성희롱'으로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 행위 태양의 심각성 결여: 피해자가 다수이기는 하나 신체 접촉이나 노골적인 성적 표현 등 극심한 수준의 비위에는 이르지 않았고, 강압적인 방식을 동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 징계 기준과의 불일치: 인정된 비위 사실들에 대해 공무원 징계 양정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과거 유사 전력이 없는 A씨에게 곧바로 '파면'을 내리는 것은 일반적인 기준에 비추어 과중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과 원고(A씨)가 입게 될 사익을 그릇되게 형량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A씨에 대한 파면 처분을 취소했다. 이번 판결로 A씨는 복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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