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후배가 월세 10개월 안 내고 일본 여행…사기죄 성립할 수 있나요?
학교 후배가 월세 10개월 안 내고 일본 여행…사기죄 성립할 수 있나요?
월세 떼먹고 일본 여행까지
변호사들 “형사 고소 어렵다” 한목소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학교 후배라 믿고 집을 빌려줬는데, 10개월 치 월세를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임대인 동의하에 전대차 계약을 맺었지만, 월세를 미납한 채 연락을 피하는 후배 때문에 속을 끓는다는 한 전대인의 사연이다.
심지어 후배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 여행을 다녀오는 등 경제적 여유를 보였다. 억울함에 형사 고소를 고민했지만, 변호사들은 “사기죄 성립은 어렵다”며 현실적인 민사 해결책을 제시했다.
월세 550만원 밀린 채 일본 여행…“고의성 명백”
사건은 2025년 3월, A씨가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자신의 집을 학교 후배 B씨에게 전대차(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세를 놓는 것)를 주면서 시작됐다.
계약 당시 B씨는 대기업에 재직 중이었고, A씨는 B씨의 안정된 상황을 믿고 계약서까지 꼼꼼히 작성했다.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 관리비 10만 원을 합쳐 매달 55만 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B씨는 2025년 8월부터 월세를 입금하지 않았다. A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계약이 거의 1년 가까이 흐른 2026년 4월, 원래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나서였다.
A씨가 B씨와 통화하자 B씨는 “5월 19일까지 미납액 전부를 입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후 B씨는 개인 사정을 핑계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지급일을 계속 미루다 결국 연락을 피했다.
그 사이 B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A씨와 연락 중에도 다른 여행 계획을 이야기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A씨는 “B씨가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어 월 55만 원을 10개월이나 내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고의”라며 형사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사기죄 성립 어렵다”…계약 당시 지급 능력이 관건
A씨의 분노와 달리, 법률 전문가들은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사기죄는 단순히 돈을 갚지 않는 채무불이행과 달리, 계약 당시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계약 시점에 전차인이 대기업에 재직 중이었다면, 이후의 미납은 고의성이 의심되더라도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하영우 변호사 역시 “전차인이 계약 체결 당시 직장에 재직하고 있었고 실제로 일정 기간 월세를 납부했다면 수사기관은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송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즉, B씨가 계약 이후 퇴사하고 월세를 미납한 것은 계약 당시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용증명부터 보내라”…민사소송으로 실익 찾아야
그렇다면 A씨가 떼인 월세를 돌려받을 수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 대신 민사 절차를 통해 실질적인 돈을 회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첫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이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보내 상당한 기간 내에 미납된 월세와 관리비를 지급할 것을 독촉하고, 그 기간 내에도 지급하지 않는다면 계약 해지를 통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용증명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은 없지만, 상대방을 압박하고 향후 소송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만약 내용증명에도 B씨가 응하지 않는다면, 미납 월세를 청구하는 지급명령 신청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법무법인 심의 심준섭 변호사는 “승소 판결 확보 후 전차인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며 실질적 채권 회수 절차를 설명했다.
A씨가 B씨의 개인정보, 계약서, 통화 녹음, 카카오톡 대화 등 명백한 증거를 모두 가지고 있어 민사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는 “임대인으로부터 법적 조치를 당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전차인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