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재판관 또 '주식 논란'⋯공직자윤리, '서약서'에 의존할 게 아니라 법 가다듬을 때
이미선 재판관 또 '주식 논란'⋯공직자윤리, '서약서'에 의존할 게 아니라 법 가다듬을 때
'35억원대 주식 투자'로 곤욕 치렀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또 억대 주식투자로 도마에
"주식 모두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는 대국민 서약서 공개했던 이 재판관 배우자
이러한 서약서의 법적인 효력을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지난해 '35억원대 주식 투자'로 임명 당시 곤욕을 치렀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 이들이 또다시 억대 주식 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지난해 '35억원대 주식 투자'로 임명 당시 곤욕을 치렀던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 이들이 또다시 억대 주식 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6년 헌법재판관 임기 중 1년 6개월 만이다.
실제 인사청문회 당시 이 재판관은 "재산의 83%(35억원)를 주식에 투자했다"는 질타를 받으며, 낙마 위기 끝까지 내몰렸다. 그때 '구원 투수'로 등장했던 게 이 재판관의 배우자인 오충빈 변호사의 '대국민 서약서' 였다. "주식을 모두 팔겠다"는 내용으로 흰 바탕에 '서약서'라는 제목, 붉은 인주도 또렷이 찍혀 있었다.
이후 실제 주식을 전부 팔았고, 헌법재판관에 무사히 임명됐다. "서약서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재판관이 임명된 지 약 1년 만에 수억원대 해외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 재판관 부부가 약속한 건 "주식을 다 팔겠다"는 거였다. "다시 주식을 사들이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약속한 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이 뉴스가 알려진 후 "교묘한 말장난으로 사람들을 속였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일었다.
하지만 로톡뉴스 취재 결과,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니었다. 왜냐면 설령 "다시 주식을 사들이지 않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하고 서약서를 언론에 공개했어도, 그런 약속에 법적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강력한 법률 문서로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다짐을 보여준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약서는 공직자가 자신의 말에 '진정성'을 강조할 때 주로 등장한다. 지난해 4월 10일, 청문회 직후 오충진 변호사가 입장문을 통해 공개한 서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배우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는 경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조건 없이 처분할 것을 서약합니다."
작성된 시점과 본인의 성명, 도장까지 갖춘 이 '서약서'. 하지만 변호사들은 "법적 효력 없는 문서"라고 잘라 말했다. 이 내용을 어기더라도, "불이익을 주거나, 주식 처분을 강제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률사무소 서약의 신성현 변호사는 "이러한 서약서는 당사자의 자발적 약속이 담긴 문서에 불과하다"며 "서약서만으로 주식 처분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호사 최진혁 법률사무소'의 최진혁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서약서는) 말 그대로 자신의 말을 지키겠다는 다짐에 불과하다"며 "법적 효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분석은 서약서 내용 중에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하는 중에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고 적었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용기의 박예지 변호사는 "이러한 서약서 자체가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를 발생시키는 효력까지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추가적인 내용이 있었다고 해서, 주식처분을 강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결국 고위 공직자의 과도한 주식 투자를 방지하려면, "서약서에 의존할 게 아니라, 별개의 법적 근거를 다듬어야 한다"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신성현 변호사는 "현행법상 판사 또는 그 가족의 주식 보유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다만 헌법재판관 등 고위 공직자에 한해 직무 관련성을 심사받도록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이 재판관 부부의 억대 주식 역시 이러한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지신탁 심사위원회가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고시한 외국 기업의 주식 1억 6000만원 상당이었다.
그러나 신 변호사는 "고위 공직자라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주식 투자는 금지하는 것이 맞고 이때 국내 주식이냐, 해외 주식이냐 등을 가지고 차이를 둘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해당 직위에 재직하는 기간에는 주식 투자 대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다만 박예지 변호사는 "공직자윤리법은 직무와 관련된 사익을 방지하기 위한 법이므로, 직무 관련성이 없는 부분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는 의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