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국민청원 작성자, 경찰은 호들갑 떨며 '형사 입건'했지만 처벌 가능성 거의 없다
가짜 국민청원 작성자, 경찰은 호들갑 떨며 '형사 입건'했지만 처벌 가능성 거의 없다
53만명이 '동의' 눌렀던 국민청원⋯청와대 "해당 청원은 허위 사실"
거짓 청원 작성자 형사 입건됐지만⋯"처벌 어렵다"는 변호사들, 왜?

53만명이 분노했던 "25개월 된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날조로 밝혀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53만명이 분노했던 "25개월 된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국민 청원이 날조로 밝혀졌다. 아파트 이웃인 초등학교 5학년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심각한 내용이었지만, 청와대가 지난 19일 직접 "해당 청원은 허위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가해 초등학생의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가해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근거로 제시됐던 피해자 병원 진료 내역 역시 사실과 달랐다.
역풍은 거셌다. 공익 성격이 강한 '청와대 국민청원'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혔기 때문이었다. 청와대는 "국민 청원에 대한 신뢰 지켜달라"고 당부했고,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음을 공표했다. 여론도 "빨리 처벌하라"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형사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은 "실제 A씨가 처벌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정리했다.
현재 A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형법 제137조)'다. 거짓 청원 글로 경찰 등 관공서를 속여 업무를 방해한 책임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이 글이 올라오자마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내사에 착수하는 등 긴급 대응했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그렇다고 해도 A씨가 공무집행방해죄를 저지른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온세상의 설현섭 변호사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2007도1554)에 따르면 방해한 정도가 경찰 수사를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한 수준에 이르러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된다"며 "A씨와 같이 단순히 경찰 행정력을 낭비하게 한 것이 이런 수준에 해당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숲의 송윤 변호사도 "A씨가 적극적으로 허위 증거를 조작⋅제출한 정도에 이르러야 이 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그런데 A씨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모두 거짓"이라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공무를 '방해'한 정도가 낮다는 취지였다.
송 변호사는 "허위신고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기관의 고유 임무가 진실의 발견이며, 사실과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예상하고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가치의 방호근 변호사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청원 제도 특성상) 청원 글을 올린 건 단순히 청와대에 어떠한 도움을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국가의 수사권 발동을 의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아니라) 청와대에 대한 업무방해라고 하더라도, 청와대도 100% 진실이라는 전제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청와대는 청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으므로 (업무를 방해당한 게 아니라) 본연의 업무를 다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 변호사들도 있었다.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사람들의 박지애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상당한 경찰력이 투입되었을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직접 경찰서에 수사 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A씨가 경찰 업무를 방해한 정도를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무법인 숭인의 주영글 변호사도 "수사 초반에 허위인 점이 밝혀지긴 했으나, A씨의 거짓 청원으로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고, 신원확인 및 면담 절차까지 밟아나갔다는 점에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