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피신고인 생존법
어느 날 갑자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됐다면? 피신고인 생존법
이진아 노동전문 변호사 "조사 회피는 독"
초기부터 객관적 증거로 맞서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한 나머지 조사 과정에서 무턱대고 "기억이 안 난다"며 상황을 피하려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징계나 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기준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노동 전문 이진아 변호사는 신고당한 피신고인(가해자로 지목된 자)을 위한 단계별 법적 대응법을 제시했다.
비슷한 폭언인데 결과는 극과 극… 괴롭힘 성립의 3대 요건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려면 법적으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 등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목적을 벗어난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행위여야 한다. 셋째, 피해자에게 객관적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 발생이 있어야 한다.
법무법인 로쿨 이진아 변호사가 제시한 실제 사례를 보면 이 기준이 얼마나 까다롭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대학교수가 학과 조교들에게 "기본적인 업무인데 안 배웠나, 짜증 난다", "그냥 사표 내라", "당장 그만둬라, 너 말고도 사람 많다", "건방지게 어딜 나가나"라고 지속해서 폭언을 한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반면,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하는 일마다 마음에 안 든다",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지 무책임하다", "어슬렁어슬렁 처다니네"라고 지속적으로 비난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비슷한 상황이나 같은 말이라도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관계, 피해자가 주장하는 고통 내용, 진술 일관성 등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 접수 시 회사가 움직이는 3단계 조사 절차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는 법에 따라 즉시 3단계 절차에 돌입한다.
- 1단계(사실관계 조사): 인사팀이나 감사실이 나서며, 공정성을 위해 외부 법무 전문가나 제3의 기관에 위탁하기도 한다. 카카오톡, 이메일, 영수증, 정신과 진단서 등 객관적 증거를 수집하고 목격자 및 피신고인 조사를 진행한다.
- 2단계(피해자 보호조치): 회사 측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며,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어서는 안 된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의무사항이다.
- 3단계(성립 판단 및 징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고, 취업규칙이나 사규에 따라 가해자에게 인사조치(징계)를 내린다.
"모른다" 발뺌은 최악의 수… 형사 사건 비화 가능성도 대비해야
그렇다면 신고를 당한 피신고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진아 변호사는 "사실조사 단계에서 비로소 신고된 내용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때 당황하여 '모른다'거나 '기억 안 난다'로 일관하면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가 강조하는 핵심 방어 전략은 세 가지다.
- 즉시 법률 전문가 상담: 사실조사 초기 단계부터 빈틈없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증거 자료 준비: 피신고인 역시 당시 상황을 소명할 수 있는 업무 관련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 단계별 전략적 대응: 신고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 모욕, 폭행 등 형사 사건으로 결부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경찰이나 검찰 조사가 수반될 수 있으므로 사내 조사를 넘어 형사절차 대응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렸든, 혹은 자신의 행동이 법적 기준을 넘었는지 확신할 수 없든, 감정적 호소보다는 초기부터 객관적 증거와 치밀한 법리적 전략으로 맞서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 분쟁을 풀어가는 유일한 해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