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500만원까지만 가능한 '집행유예', 600만원에도 해줬다…'법잘알'들의 실수
벌금 500만원까지만 가능한 '집행유예', 600만원에도 해줬다…'법잘알'들의 실수
법원이 잘못 선고하고, 검찰은 상고 안 하면서 확정된 판결
대법원, 검찰총장 비상상고 인용해 뒤늦게 바로잡았지만⋯그래도 벌금 안 내도 된다

나중에 돈을 주겠다며 도매업자를 속이고 2억 1300만원어치 축산물을 공급받은 A씨. 결국 사기죄로 재판을 받았고 유죄도 선고됐지만, 결과적으론 아무런 법적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됐다. 이 황당한 결과는 다름 아닌 법원과 검찰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네이버지도 캡처
사기죄로 기소된 축산물 유통업자 A씨. 고깃값을 치를 능력이 없는데도, 도매업자를 속여 9개월간 축산물을 공급받은 혐의였다. A씨가 도매업자로부터 무상으로 받아 간 고깃값만 2억 1300만원어치에 달했다.
법원은 그런 A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벌금 600만원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기 행각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이 판결 자체가 '위법'하다는 점이다. 우리 형법에 따르면, 벌금형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려면 벌금액이 500만원 이하여야 하기 때문(제62조 제1항).
이에 검찰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벌금 600만원의 집행유예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후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A씨에겐 현행법에선 나올 수 없는 판결이 확정됐다. 결국 A씨는 벌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 판결은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하면서 뒤늦게 바로잡혔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441조는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9일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가 타당하다"며 "A씨에 대한 원심 판결 중 집행유예 부분을 파기했다"고 밝혔다. 500만원이 넘는 벌금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건 명백한 위법임을 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 판결 이후에도 A씨는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상상고를 통해 재판 결과를 바로잡았더라도, 그게 원심보다 무거운 형벌이 된다면 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역시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불이익 변경의 금지 원칙'이 적용된 결과다(제368조).
벌금형 600만원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에게, 다시 벌금 600만원을 내도록 하면 원심보다 불이익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애초에 잘못된 재판임을 확인했음에도, 다시 선고를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법원과 검찰의 실수로, 법을 어긴 사람을 다시 법으로 풀어준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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