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소속 아니라서" 학폭 가해자 합격시킨 한예종… KAIST는 달랐다
"교육부 소속 아니라서" 학폭 가해자 합격시킨 한예종… KAIST는 달랐다
'학폭 4호' 처분받고도 합격
한예종 "문체부 소속이라 반영 의무 없어"
과학기술원·전통문화대 등 타 부처 대학들은 선제적 감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이 4일 서울 성북구 석관캠퍼스 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총장 취임 축하 공연을 선보이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학교폭력(학폭) '4호 처분'을 받은 수험생을 합격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공분이 일고 있다. 피해자는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가해자는 소위 '엘리트 예술인'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한예종 측은 "교육부 소속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라 학폭 조치 사항 반영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교육부 소속이 아님에도 자체적으로 엄격한 학폭 기준을 적용해온 다른 대학들의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대학 입시의 '학폭 반영' 실태와 학교의 재량권 문제를 법적·행정적 관점에서 짚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KAIST의 '무거운 책임감'
올해부터 교육부는 입시에 학폭 조치 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예종은 서류 전형에서 해당 기록을 확인하고도 이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소속 부처가 다르다"는 행정적 칸막이를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인 4대 과학기술원(KAIST, UNIST, GIST, DGIST)의 행보는 달랐다. 이들 역시 교육부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지 않지만, KAIST는 이미 지난 입시부터 선제적으로 학폭 감점제를 도입했다.
김용현 KAIST 입학처장은 방송 인터뷰를 통해 "교육부의 그런 지침은 사회적 합의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저희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이기 때문에 사립대학보다는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의식을 갖고 운영이 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4호 처분'의 무게… "가해 명확하다는 뜻"
이번 한예종 합격생이 받은 '4호 처분'은 결코 가벼운 징계가 아니다. 학폭 처분은 1호부터 9호까지 나뉘는데, 1~3호(서면 사과, 교내 봉사 등)는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 내려진다.
유승민 작가는 "4호부터는 가해 행위가 명확히 인정될 때 내려지는 조치"라며 "그만큼 학교나 교육청이 이 학생의 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4호는 '사회봉사' 처분에 해당하며, 가장 높은 수위인 9호는 퇴학 처분이다.
KAIST를 비롯한 과기부 소속 대학들은 대응 수위가 높다. 일부 대학은 4호 처분부터는 아예 지원 자체를 불가능하도록 모집 요강을 바꾸기도 했다. 심지어 KAIST는 학폭위가 열렸다는 사실 자체가 가해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 1호 처분이라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성이 곧 실력"… 국가유산청 산하 대학의 철학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소속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 역시 교육부 소속이 아니지만, 모집 요강에 '학폭 기록이 있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대학은 서류와 면접 평가 외에도 검색 키워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자의 학폭 이력을 2차, 3차로 검증한다. 학생들이 졸업 후 국가 유산을 다루고 후손에게 문화재를 물려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에, '공동체 의식'과 '인성'을 가장 중요한 척도로 본다는 것이다.
유 작가는 "입학처 관계자들과 얘기할 때 교육부 지침을 언급하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며 "결과적으로 이 조치들은 학교의 정체성과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부터 하겠다"?…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 속에
한예종 측은 논란이 확산하자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내년부터 반영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왜 올해부터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교육기관이 기계적인 행정 처리에 머무는 사이,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직접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공론화해야 했다. 교육기관이 인성 검증을 소홀히 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또 다른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