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카페'인 줄 알았는데…성매매 덫에 걸린 20대, '빚 2배' 공증의 진실
'데이트 카페'인 줄 알았는데…성매매 덫에 걸린 20대, '빚 2배' 공증의 진실
전문가들 "성매매 선불금 갚을 의무 없어…오히려 형사고소로 맞서야"

'데이트 카페'인 줄 알고 취업한 20대 여성 A씨가 성매매와 불법 채무의 덫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셔터스톡
달콤한 '선불금' 유혹에 빠져 유사 성행위를 강요당하고 빚더미에 오른 20대 여성. 법률 전문가들은 '성매매 관련 채무는 무효'라며 업주를 상대로 한 형사고소를 통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님과 대화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제 몸을 만지게 하고, 사정시켜야 하는 일이었어요."
'데이트 카페'인 줄 알고 취업한 20대 여성이 성매매와 불법 채무의 덫에 걸려 고통받고 있다. 돈이 급했던 A씨는 '선불금을 준다'는 광고에 홀려 한 '데이트 카페'의 문을 두드렸다. 업주는 "손님과 대화만 하면 된다"고 그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자 현실은 180도 달랐다. 그곳은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키스방'이었고, A씨는 원치 않는 신체 접촉과 성적 행위를 강요 당했다.
며칠 뒤, 업주는 A씨에게 돈을 빌려주며 공증사무소로 향했다. 실제 빌린 돈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 적힌 공정증서에 서명하게 했다. "혹시나 안 갚을까 봐 그런 것"이라는 업주의 말을 A씨는 의심 없이 믿었다.
계약 조건은 가혹했다. '한 달 내 전액 상환'과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가 명시됐다.
"빌린 돈의 2배, 정말 다 갚아야 하나요?"
견디다 못한 A씨가 건강 악화를 이유로 며칠 쉬자 업주의 본색이 드러났다. "주 6일 조건을 어겼으니 이자 20%를 더 내라"는 협박이 시작됐다. A씨가 원금의 일부를 갚았음에도 압박은 계속됐다. 급기야 업주는 "이번 달까지 원금과 이자를 다 갚지 않으면 공증대로 소송을 걸고 집에 찾아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공증의 효력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그 공증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와 관련해 발생한 채권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무효로 규정한다"며 "업주가 제공한 선불금은 불법 행위를 유인하기 위한 '불법원인급여(불법을 원인으로 제공한 재산)'에 해당해 법적으로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A씨는 빚을 갚을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제일로 배경민 변호사는 "현행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는 연 20%이며, 이를 초과하는 약정은 무효"라며 "근무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20% 이자를 추가 부과하는 행위는 불법 고금리 사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신용정보회사 압류 협박, 법적 근거 있나?
최근 업주는 "신용정보회사에 채권을 넘겼다"며 A씨를 압박하고 있다. 신용정보회사는 A씨에게 공증 금액 그대로 채무 변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적 근거가 희박한 '협박성 독촉'에 가깝다.
JY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신용정보회사가 채권을 양도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강제집행이나 압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제집행을 하려면 반드시 법원의 판결과 같은 집행권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추심 과정에서 협박성 언행이 있다면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연대보증인 동생, 함께 빚더미에 앉나?
A씨를 더욱 옥죄는 것은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린 동생의 존재다. 하지만 이 또한 기우일 가능성이 크다.
한대섭 변호사는 "주된 채무가 무효이면 보증채무 또한 효력이 없다는 '보증채무의 부종성' 원칙에 따라, A씨의 채무 자체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연대보증인인 동생에게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황 역전의 열쇠, '피해자'로서의 형사고소
전문가들은 A씨가 더 이상 채무자의 위치에서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즉시 변제를 중단하고, 변호사를 통해 '해당 채무는 무효이므로 모든 추심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상황을 역전시킬 가장 강력한 카드는 '형사고소'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업주의 행위는 성매매 알선, 직업안정법 위반(거짓 구인광고), 협박, 강요 등 여러 범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로서 업주를 고소하면 민사소송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부당한 압박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성매매 사실을 모른 채 속아서 일을 시작했으므로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아 처벌을 면하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두려움에 숨어 빚을 갚는 대신, 법의 보호 아래 '피해자'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