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몸에 구더기" 시체 썩는 냄새 진동했다는 의사 증언⋯'감각'도 증거가 될까
"아내 몸에 구더기" 시체 썩는 냄새 진동했다는 의사 증언⋯'감각'도 증거가 될까
담당 의사 "냄새 모를 수 없어" 증언
직접 체험한 감각증언도 법정서 증거능력 인정

아내 몸이 부패하고 구더기가 나올 때까지 방치한 혐의로 재판받는 남편 사건에서 응급처치 의사가 참혹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JTBC News' 유튜브 캡처
아내 몸에 구더기가 들끓고 부패할 때까지 방치한 남편의 재판, 법정에 선 15년 차 전문의의 증언은 참혹했다.
경기 파주시 육군 기갑부대 소속 상사인 A씨는 우울증을 앓던 아내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1일 JTBC에 따르면, 당시 응급처치를 맡았던 의사는 법정에 출석해 "15년 의사 생활 중 살아있는 환자 몸에서 구더기가 나온 것은 처음 봤다"고 진술했다.
특히 "방향제 때문에 아내 몸이 썩는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남편 A씨의 주장에 대해, 의사는 "처치실 안에 시체 썩는 냄새가 가득했고 옷에 냄새가 밸 정도였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더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시체 썩는 냄새를 코로 맡았다는 의사의 진술. 이처럼 눈에 보이는 명확한 물증이 아닌, 개인의 후각과 시각에 의존한 '감각증언'은 법정에서 어떤 효력을 가질까.

보고 맡은 것, 그 자체로 강력한 '인증'이 된다
법적으로 증인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사실을 진술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사건의 의사는 응급처치 과정에서 직접 구더기를 제거하고 악취를 맡은 당사자다.
따라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서하고 신문에 응했다면, 이러한 감각적 체험에 기반한 진술 역시 '인증(人證·사람의 진술을 증거로 삼는 것)'으로서 충분한 증거능력을 인정받는다.
증거로 채택된 이후, 이 진술을 얼마나 믿을지 판단하는 증명력(신빙성) 평가는 법관의 자유로운 심증에 달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의사의 증언이 매우 높은 신빙성을 가질 것으로 본다.
진술 내용이 "식염수로 씻어내도 구더기가 끝없이 나왔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며, 피고인이나 피해자 어느 쪽과도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 전문가의 객관적 관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고인 A씨가 처음에는 냄새를 못 맡았다고 주장하다가 "물 썩는 냄새 정도는 났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역시, 역설적으로 의사 진술의 신빙성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요소가 된다.
'감각'이 가진 치명적 한계, 주관성과 간접증거의 늪
다만 감각증언 특유의 법적 한계도 명확히 존재한다. 가장 큰 약점은 '주관성'이다.
냄새의 강도나 후각의 예민함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밀폐된 처치실과 방향제가 있던 자택의 환경적 차이를 근거로 들며 의사의 증언을 탄핵하려 시도할 수 있다.
사실과 의견의 혼재도 문제다. 의사가 응급실에서 오열하는 남편을 보며 "저게 진심일까 의심스러웠다"고 말한 부분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증인의 주관적 의견에 가깝다.
법정에서 증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항이나 주관적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제한되므로, 이 부분의 증거 가치는 낮게 평가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의사의 증언은 아내의 상태가 끔찍할 정도로 심각했다는 것을 보여줄 뿐, 남편 A씨가 그 상태를 명확히 인식하고도 방치했는지를 직접 증명하는 확정적 물증은 아니다. 간접증거로서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결국 법원은 의사의 생생한 감각증언을 핵심적인 간접증거로 삼되, 피고인의 진술 번복 과정과 피해자의 객관적 의무기록 등을 촘촘히 엮어 유무죄를 가리게 된다. 잔혹한 방임의 진실을 밝힐 1심 재판은 다음 달 12일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