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밀번호 안 알려줬으니 '자동 계약 연장'이라는 집주인, 정말일까?
집 비밀번호 안 알려줬으니 '자동 계약 연장'이라는 집주인, 정말일까?
"이사 가겠다" 한 달 전 집주인에게 문자 보냈는데⋯
집주인의 주장 "세입자가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계약 '묵시적 갱신'"
변호사 4명과 팩트체크해보니⋯"법적 근거 없는 말"

집주인은 반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며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됐으니, 당분간 월세도 계속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근거는 '집 비밀번호' 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A씨는 요즘 피같은 반(半)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집으로 이사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예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면서다. 그러면서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됐으니, 당분간 월세도 계속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근거는 '집 비밀번호' 였다.
집주인 : "세입자(A씨)가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따라서 (A씨와의 반전세)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됐다."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으니, '묵시적 갱신'까지 이루어졌다는 게 집주인의 논리였다.
하지만 A씨는 계약이 끝나기 한 달 전까지 집주인에게 "이사를 가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당시 집주인도 "그럼 가스는 해지해달라"며 알겠다는 취지로 답장했다고 한다. 이후 연락이 안 되다가 이 같은 통보를 받은 것이다. 황당한 A씨는 변호사를 찾았다.
변호사들은 "집주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4명 모두 만장일치였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박현민 변호사는 "A씨가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과 계약의 갱신은 관련이 없다"며 "묵시적 계약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집주인의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도 "A씨는 이미 한 달 전 '이사 가겠다'는 문자를 통해 계약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며 "집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기존의 거절 의사를 취소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서희의 동방봉용 변호사도 "묵시적 갱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고, 법무법인 인화의 김명수 변호사 역시 "임대차 계약은 해지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집주인은 A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A씨는 더는 월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