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도운 의사’가 국민 진료비 심사?…심평원 임명 파문
‘살인 도운 의사’가 국민 진료비 심사?…심평원 임명 파문
여대생 청부살인 '허위 진단서' 파문
심평원장 "책임지고 물러나라"
“국민 진료비 심사하라고?” 살인 도운 의사 재임명 논란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서 기관보고 / 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17일,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여 2017년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의사 A씨가 올해 4월 심평원 진료심사위원으로 임명된 사실을 지적했다.
A씨는 앞선 2013년 대한의사협회로부터 3년간 회원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은 영남제분 사장의 부인이 여대생을 살해하도록 사주해 실제 살인이 벌어진 충격적인 범죄다.
이때 주범은 형 집행정지를 받아 교도소가 아닌 병원 VIP실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의사 A씨가 작성한 허위 진단서였다. 이는 의료인의 양심을 팔아 사법 정의를 왜곡한 중대 사안으로 국민적 분노가 매우 컸다.
김 의원은 "진료심사위원은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에 대한 의학적 타당성을 심사하고 기준을 정하는 핵심 역할"이라며, "이런 분이 임명된 것은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임명 시점이 올해 3월 공모 절차를 거쳐 4월에 이뤄졌으며, 강중구 심평원장과 A씨가 같은 학교 동기인 사실을 확인해 '동문 찬스' 의혹까지 제기했다.
"규정상 결격사유 없다" 심평원장 해명... "반성 태도 없다" 질타
야당 의원들은 해당 의사의 즉각 해임과 함께 인사를 책임지고 강중구 심평원장이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강중구 심평원장은 "해당 사건이 10여 년이 지났고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 심사위원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이 문제가 사회적 사안이 되면 직위해제나 인사 조치 등 가능한 조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으며, 거취는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향후 채용 관련해서 의료법 위반 전력을 더욱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 사건은 국민적 분노가 컸던 사안인데 (원장이) 10년이 지나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한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런 사람이 진료비 적정성을 심사하는 공적 업무를 맡는 것은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 원장이 "오래된 사건이라 착각이 있었다"고 재차 해명하자, 백 의원은 "반하는 태도가 전혀 없다"며 "박 전 교수가 아니라 강 원장이 사퇴해야 할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역시 "규정상 문제가 없으니 임명했다는 식의 해명은 공직 윤리에 대한 심각한 인식 부재"라며,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이다. 박병우가 물러나든, 원장이 책임지든 둘 중 하나는 결정해야 한다"고 최후 통첩했다.
법적 쟁점은 '형식적 적법성'과 '실질적 타당성'의 충돌
이번 사안의 법적 쟁점은 진료심사위원 임명의 형식적 적법성과 실질적 타당성의 충돌로 요약된다.
형식적으로는 의사 A씨가 2017년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받았고, 2025년 4월 임명 시점에는 형 확정 후 8년이 경과하여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및 관련 법령상 명시적인 임명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의 기간 제한(금고 이상 실형 5년, 집행유예 2년 등)을 초과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 진료심사위원의 직무 특성: 진료심사위원은 진료비 청구의 의학적 타당성을 심사하며, 진단명의 적정성 심사는 그 핵심이다. 허위 진단서를 작성한 전력은 이 직무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 허위진단서작성죄의 중대성: 형법 제233조는 허위 진단서 작성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며, 이는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사안은 사법 정의를 왜곡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공직 윤리와 국민 신뢰: 공공기관인 심평원의 진료심사위원 임명은 형식적 규정 외에도 공직 윤리와 국민 신뢰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비위 행위가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면 임명을 배제하는 것이 상식적인 공직 인사 원칙이다.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해촉' 가능... 제도 개선 시급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66조 제5항은 심사위원이 "직무 여부와 관계없이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해임 또는 해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허위 진단서 발급 행위는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심평원장의 인사 조치와 무관하게 해촉 조치가 가능하다.
국회와 여론의 강한 비판에 따라 심평원장은 해당 심사위원의 거취 문제와 함께 "의료법 위반 전력을 더욱 검증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고 "진단서 허위 작성 등 이력이 있는 경우는 배제하는 등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상 진료심사위원의 자격 요건에 '허위진단서작성죄 등 의료 관련 범죄로 처벌받은 자'를 명확히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