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ㅇㅇ 때문에 술맛 떨어져"...SNS 초성 뒷담화,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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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ㅇㅇ 때문에 술맛 떨어져"...SNS 초성 뒷담화,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2025. 12. 17 11:2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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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 SNS에 내 이름 초성이? 알고 보니 '공개 저격'

특정인 지칭해 험담했다면 모욕죄

직장 내 괴롭힘도 인정 가능

가해자가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 화면. 특정 직원의 초성을 언급하며 비방 글을 올리자, 다른 동료가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같은 부서 동료 B씨가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 때문이었다. B씨는 회식 자리 사진과 함께 누군가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남겼는데, 거기에 적힌 초성 'ㄱㅇㅇ'이 아무리 봐도 자신의 이름 같았기 때문이다.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B씨의 게시물 아래에는 다른 동료가 "ㅋㅋㅋㅋㅋ 술맛 다 버림"이라며 맞장구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A씨는 "부서에 ㄱㅇㅇ 초성을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동료들이 내 욕을 하며 낄낄거리는 걸 보니 너무 화가 나고 잠도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출근길에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었다는 A씨. B씨의 행동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을까?


"이름 안 썼는데?" 변명 안 통해... 특정성 성립하면 '빼박'

많은 사람이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초성만 썼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법의 잣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법원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인 '특정성'을 판단할 때, 반드시 실명을 거론해야만 인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명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표현 내용과 주위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본다".


A씨의 사례처럼 부서 내에 해당 초성을 가진 사람이 A씨뿐이고, 전후 사정을 아는 동료가 댓글로 동조했다면, 제3자가 보기에 누구를 욕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으므로 특정성은 성립한다. 따라서 B씨는 형법상 모욕죄(제311조)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SNS 뒷담화도 '직장 내 괴롭힘'

더 나아가 B씨의 행동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B씨가 업무와 전혀 무관한 사적인 공간(SNS)에서 동료를 비방하고, 이를 다른 동료들에게 공개해 A씨에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 것은 명백히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행위다.


특히 여러 동료가 댓글로 동조하며 집단적인 따돌림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관계의 우위' 요건도 충족될 수 있다.


참지 말고 신고하세요... 증거 확보가 관건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피해를 입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발견 즉시 캡처해 두는 것이 필수다.


증거가 확보됐다면 회사 내 인사팀이나 고충처리 위원회에 신고해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회사는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하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가해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미온적으로 나오거나 오히려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고용노동부에 직접 진정을 넣는 방법도 있다.


민사 소송을 통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고 있다.


"장난으로 올린 건데 예민하게 군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익명 뒤에 숨은 악의적인 화살, 이제는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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