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처리 4년 기다리다 사망 '늑장 보상' 끝낼 혁신안,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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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처리 4년 기다리다 사망 '늑장 보상' 끝낼 혁신안, 빛과 그림자

2025. 09. 01 13:31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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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반기지만

전문가 "속도에만 치우치면 안 돼" 우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지하 탄광에서 6년간 일하다 폐암에 걸린 한 노동자는 산재 인정을 받는 데 974일이 걸렸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백혈병 산재를 인정받기까지는 무려 1,503일이 소요됐다. 일하다 사고를 당하면 평균 17일 만에 보상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업무상 질병은 평균 228일, 길게는 4년 이상 걸리는 '늑장 보상'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에 정부가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을 2027년까지 120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환영하면서도, 일각에서는 '속도전에 치우쳐 부실한 판정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절차 간소화, 노동자에게 '빠른 보상' 안길까

이번 방안의 핵심은 '신속 처리'다. 건설업, 청소원 등 32개 직종의 근골격계 질병은 특별진찰 없이 판정위원회 심의로 결정된다. 축적된 사례가 많아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처럼 유해물질 연구가 충분히 이뤄진 질병은 역학조사를 생략한다.


정부는 "아픈 몸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노동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같은 절차 간소화는 기존의 복잡한 절차로 인해 산재 신청을 포기했던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산재 인정에 대한 법적 '추정' 범위를 확대해 노동자의 입증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안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 "판정의 공정성 훼손 우려" 목소리

그러나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산재 전문 변호사는 "일부 질병은 유해물질 노출량이나 기간, 개인의 질병 이력 등 복잡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획일적으로 절차를 생략하면 오판이 발생하거나, 산재가 아닌데도 인정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희귀 질환이나 새로운 유해물질 관련 질병의 경우, 충분한 의학적·과학적 검토 없이 내린 판정은 오히려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 산업의학 전문가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내린 성급한 판정은 향후 소송으로 이어져 결국 노동자의 권리 구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도입, '만능 해결책' 될 수 있나

정부는 판정 전문성 강화를 위해 'AI 기반 질병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사를 돕고, 전국에 '업무상 질병 전담팀'을 신설해 전문 인력을 확충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AI는 과거의 사례를 기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에 없는 새로운 형태의 업무상 질병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이 특정 직종이나 질병에 대한 불공정한 판정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소송 패소 원인을 분석해 산재 인정 기준을 재정비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모든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신속한 산재 보상이라는 목표는 분명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이라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앞으로의 제도 운영에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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