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발등 수술 동의했는데 '오른쪽' 수술한 의사⋯과태료 300만원으로 끝?
'왼쪽' 발등 수술 동의했는데 '오른쪽' 수술한 의사⋯과태료 300만원으로 끝?
의료진 말이 맞았다면? 의료법상 '설명의무' 위반
의료진 말이 틀렸다면? 의료사고로 '업무상 과실치상'
어느 쪽으로 가든 '의료진 책임' 벗어날 수 없어

지난 25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지 20개월 된 아이의 왼쪽 발등을 수술하겠다며 데려갔는데, 오른쪽 발등을 수술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상관없는 참고 이미지. /셔터스톡
지난 25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지 20개월 된 아이의 왼쪽 발등을 수술하겠다며 데려갔는데, 오른쪽 발등을 수술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수술 동의서는 '왼쪽'으로 받아놓고 반대쪽을 수술했으니 "의료사고"라고 주장한다. 반면 병원은 "막상 수술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니 오른쪽이 더 심한 것 같아 변경한 것"이라고 맞섰다.
보호자에게 서명 받은 '수술 동의서'와는 다른 부위를 수술하고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병원. 정말 아무 문제 없는지 의료 사건 소송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우선 변호사들은 피해 아이가 병원 측 주장대로 ①오른쪽 발등에 수술이 필요했을 경우와 최초 진단대로 ②왼쪽 발등에 수술이 필요했을 경우로 나눠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먼저 병원 측이 주장한 대로 ①오른쪽 발등에 수술이 필요했을 경우에는 '수술 동의서'의 내용과는 다르게 했다고 해도 '의료사고'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법률 자문

의사 출신인 법률사무소 한종의 박철훈 변호사는 "오른쪽 발등에 수술이 필요했던 상황이 맞다면, '사고'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환자에게 피해는 없었기 때문이다.
의사 출신인 법무법인 우성의 정필승 변호사도 '현장 의료진의 판단'이 우선한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막상 수술실에서 환부를 확인했을 때는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의료진은 상황에 맞춰 수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의료사고 사건을 많이 다뤄본 법무법인 다우의 정현석 변호사도 "실제 오른발에 염증이 있었고 이에 대한 제거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면, '의료사고'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사고'가 아니라도, 부위 변경을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의료법상 '설명의무위반'이라고 했다. 설명의무는 '환자의 상태가 중하고 긴급한 수술'일 경우에는 면제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그 정도로 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거나, 수술이 아니면 안 되는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박철훈 변호사도 "긴급한 상황이라고 볼 사정이 부족하다"며 "마취 이후라고 하더라도 보호자를 불러 환자의 상태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새롭게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즉, 의사의 설명 위반 의무가 맞다는 취지다. 오른쪽 발등을 수술하는 것이 판단상 맞았다고 하더라도, 담당 의사가 '지체할 수 없었던 긴급한 상황' 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의료법상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의료법 제24조의2).
하지만 변호사들은 최초 진단대로 ②왼쪽 발등에 수술을 해야 했을 경우에는 '의료사고'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때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죄'도 문제될 수 있다고 봤다.
박철훈 변호사는 "엉뚱한 부위를 수술한 것으로 결국 환자에게 건강상 손상을 일으킨 것"이라면서 "의료사고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대한의료법학회 회원인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도 "왼쪽 발등에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른쪽 발등에 행해진 수술은, 그 자체로 '의료사고'"라고 말했다.
의료사고가 맞다면 담당 의사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부대표를 맡고 있는 변호사 서영현 법률사무소의 서영현 변호사는 "수술이 필요 없는 오른쪽 발등에 수술을 함으로써 흉터 등이 남거나, 왼쪽 발등의 치료가 지연됨으로써 부상이 악화된다면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의료진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아울러 의료법상 설명의무위반도 같이 성립돼 과태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서영현 변호사는 이어 "동의 없이 오른쪽 발등을 수술한 점과 관련해서 설명의무위반에 따른 자기 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