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면 나도 죽겠다" 연인 말리려 칼 들었다가 특수협박, 처벌받을까요?
"네가 가면 나도 죽겠다" 연인 말리려 칼 들었다가 특수협박, 처벌받을까요?
안개 낀 산길 운전 막으려 한 행동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연인과 캠핑을 떠났던 A씨. 그러나 즐거워야 할 여행은 6시간 넘는 언쟁으로 시작됐다.
결국 늦은 저녁, 각자 차를 몰아 해발 700m 산 정상에 있는 캠핑장으로 향했다.
산길은 짙은 안개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연인 B씨는 전화 너머로 무섭다고 했고, 숙소에 도착해서는 주차조차 A씨에게 부탁할 정도로 불안에 떨었다. 캠핑장 주인마저 운전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였다.
문제는 그 이후에 터졌다. 숙소 안에서 다툼이 계속되자 B씨가 울며 집에 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A씨는 위험하다며 말렸지만 B씨는 "죽든 다치든 상관없다. 사고 나서 죽으면 죽는 거다"라며 막무가내였다.
과거 B씨가 이별 통보에 자해하거나 약을 과다 복용한 전력이 떠오른 A씨는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다.
결국 A씨는 B씨를 막기 위해 부엌에 있던 칼을 들고 "가면 위험하다. 네가 가면 나도 죽겠다"고 말했다. B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했다.
사랑하는 연인이 위험에 처할까 봐 한 행동이었지만, A씨는 이제 특수협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A씨는 처벌을 피할 수 없을까?
'자해 협박'도 특수협박죄?…'상대방의 공포심'이 핵심
변호사들은 A씨의 행동이 법적으로 특수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방을 해치겠다는 말이 아니었더라도, 위험한 물건인 칼을 든 채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줬다면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협박죄는 반드시 상대방을 직접 해치겠다는 말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느끼게 하여 행동의 자유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만한 해악의 고지라면 자신을 해치겠다는 말도 협박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언 당시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정은 특수협박으로 가중되어 평가될 수 있다"며 "실제로 연인분이 그 자리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정 역시, 조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이 상대방에게 상당한 공포심을 주었다는 정황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법적으로 특수협박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협박했을 때 성립하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고 막으려 한 것"…'좋은 의도'는 면죄부 될까
A씨는 B씨의 안전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한다. 변호사들은 이러한 '동기'를 법적으로 어떻게 증명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실질적인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상대방의 생명을 보호하고 만류하려는 긴급한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협박의 고의성을 부정하거나, 위법성 조각 사유를 검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
B씨의 과거 자해 시도 이력, 위험했던 도로 상황 등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 '방어적 행동'이었음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항상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목민 박현익 변호사는 "'나를 해치겠다'는 뜻으로 칼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흉기를 들고 상대방이 귀가하려는 행동을 제지한 행위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특수협박'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경찰 신고나 캠핑장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다른 대체 수단이 있었다는 점에서, 칼을 든 행위가 긴급피난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 조사 앞뒀다면…'객관적 자료'로 '동기' 입증해야
변호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유수 유수빈 변호사는 "조사에서는 '협박하려던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만 반복하기보다 ①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② 칼을 어느 방향으로 들었는지, ③ 피해자와의 거리, ④ 이후 스스로 내려놓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칼+같이 죽자'는 강렬한 장면만 남지 않도록 사건의 전체 맥락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특수협박은 일반 협박죄와 달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범죄"라며 "사안이 가볍지 않은 만큼, 조사 전에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구체적인 진술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