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등생 성폭행한 고등학생, 솜방망이 재판 받게 된 이유…'대단한 집안' 때문?
[단독] 초등생 성폭행한 고등학생, 솜방망이 재판 받게 된 이유…'대단한 집안' 때문?
검사도 '죄질 나쁘다' 판단해 미성년자 가해자를 일반 재판 받게 했는데…
결국…"아직 어리다"며 소년부 재판 받게 한 정문성 부장판사
피해자 변호한 이재용 변호사 "소년법 공백 여실히 보여준 사건…법 제정 필요"
![[단독] 초등생 성폭행한 고등학생, 솜방망이 재판 받게 된 이유…'대단한 집안' 때문?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20-03-18T20.04.35.414_981.jpg?q=80&s=832x832)
초등학생을 협박해 음란행위를 강요하고 성폭행한 고등학생. 일반 재판을 받던 중 소년부 재판을 받게 돼 논란이 됐다. 해당 이미지는 피해자가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다. 하단에는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합니다"라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피해 소녀의 바람은 이뤄질 수 없어 보인다. /이재용 변호사 제공
"이 선택 후회하지 마~ 나 이런 거 소문내는 거 좋아해."
"진짜 너 초등학교 앞으로 가서 소문내?"
초등학생에게 '안 좋은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해 영상 통화하게 한 뒤, 음란 행위를 강요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이 영상을 미끼로 초등학생 B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뒤,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는 사진을 빌미로 돈까지 뜯어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B양을 대리한 변호사도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A군은 온전히 사회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가 "가해자가 아직 어리고 가해자의 부모가 잘 교육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사건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보냈기 때문이다.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소년원에서 2년만 버티면 된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B양 측 변호사인 JY 법률사무소 이재용 변호사는 "죄질이 이 정도로 안 좋을 때는 소년범이더라도 일반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해 8월 벌어졌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A군은 SNS를 통해 초등학교 6학년 B양의 이름과 집, 학교 등 개인 정보를 알아냈다.
그런 뒤 영상통화를 걸어 음란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말에 따르지 않을 경우 B양에 대한 소문을 학교에 퍼뜨리겠다는 협박도 했다.
결국 협박에 못 이겨 B양이 음란행위를 하자, 이번엔 그 영상을 빌미로 B양을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성폭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도중에 사진을 찍은 뒤 "말을 안 들으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돈도 빼앗았다. "일단 10만원을 가져오고, 한 달에 3만원씩 가져오라"고 했다. 이런 협박은 한 달 동안 계속됐다.
피해자 측 대리인에 따르면 B양은 A군에게 "나를 놓아달라"고 애원했지만, A군은 "친구들을 데려와라. 그럼 너를 놓아주겠다"고 대꾸했다고 한다. B양이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으면서 어머니가 고소를 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A군의 죄질이 나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인정해 A군을 구속했다.
구속 상태인 A군을 조사한 검찰은 지난해 10월 수사를 마무리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엄벌에 처할 수 있는 '일반 형사재판'을 받게 할 것인지, 아니면 약한 처벌이 나오는 '가정법원 소년재판'을 받게 할 것인지를 택해야 했다. 검찰의 선택은 '일반 형사재판'이었다. 그만큼 죄질이 나쁘다는 판단이었다.
적용한 혐의는 미성년자 추행과 강간, 불법 촬영, 공갈, 협박 등 5가지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문성 부장판사)에 사건이 배당됐다.

지난해 10월 11일 시작한 재판은 지난달 19일까지 132일 동안 이뤄졌다. 재판 준비기일까지 합쳐 모두 다섯 번의 재판이 있었다.
A군 측 변호인단은 화려했다. 전원이 전직 판⋅검사로 이뤄진 유명 법무법인 소속 대표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7월 검사장으로 퇴직한, 옷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전관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변호사 경력만 19년이 넘는 베테랑도 별도로 선임돼 사건을 '더블 체크'했다. 이들은 재판 도중 사임했고 이후 국선변호인이 A군 대리를 맡았다.
A군 본인도 열심히 자기방어에 나섰다. 반성문을 38차례 쓰면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 전략이 먹혔다. 지난달 19일 재판부는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일반 재판과 달리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으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처분이 '2년간의 소년원 보호처분' 정도다.
이에 대해 형사정책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은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런 사건을 형사사건(일반 재판)으로 하지 않고 보호사건(소년부 재판)에 해당한 사유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위원은 "소년 형사사건을 보호사건으로 송치하기 위해서는 심리 결과 죄질이 보호처분에 해당되어야 한다"며 "본 사건은 초등학교 6학년을 강간한 사건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성폭행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겠다고 협박하여 3번에 걸쳐 50만원을 뜯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극악무도한 사건을 보호사건으로 송치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법원에 있는 경우인데 (이번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 상황이므로 보호사건으로 절대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 B양은 재판부에 편지를 보내 A군을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부탁했다. 제출된 자료에서 B양은 "그 사람(A군) 때문에 너무 미칠 것 같다"며 "판사님, 검사님, 변호사님께서 그 사람을 혼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아직도 그때 생각이 나서 정말 미치겠다"며 "빨리 좀 재판이 끝나 그 사람이 평생 감옥에서 산다고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A군 집안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엄마 말로는 그 사람 집안이 대단한 집안이라고 그랬다. 그래도 인성은 완전 XXXX인 것 같다. 순전히 자기 자신의 잘못은 인정 안 하고 발뺌한다."
진정서는 후반부로 내려갈수록 감정이 격해진다. 마지막 부분에는 A군을 욕하다가 "죽어"라는 표현이 수십 차례 반복된다.
결국 소년부로 송치된 이 사건. 지난 13일 선고가 내려졌어야 한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새로 사건을 맡은 소년부 재판부조차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소년부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처분은 '소년원에서 2년 머문다'이기 때문에, A군처럼 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당일 바로 결론이 나온다. 결론이 미뤄진 것조차 이례적인 일이다.
이재용 변호사는 "한 번 소년부로 온 사건을 일반 형사부로 보낼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면서도 "그런데 보내면 안 된다는 규정 역시 없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소년부 재판부에 '규정이 없으니까 형사재판부에 보내는 게 법 위반도 아니니 보내달라'고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재용 변호사는 "관행대로 하면 결국 소년부 재판으로 결론이 나겠지만, 만약 판사님이 용기를 내시면 다시 일반 형사부로 사건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건이 일반 형사부로 가게 되면, A군에게는 최대 징역 10년(가중하면 15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년부 재판에서는 불가능한 '취업제한 조치' 등도 가능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