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친이 성범죄자란 걸 알았다면? 말하지 말고 '이렇게' 하세요
친구 남친이 성범죄자란 걸 알았다면? 말하지 말고 '이렇게' 하세요
선한 경고도 처벌 대상
징역형 피하면서 친구 지키는 유일한 방법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 캡처
친구의 남자친구가 성범죄자임을 알게 돼도, 그 사실을 직접 알려주는 순간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선한 의도였더라도 법은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무겁게 처벌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직장인 A씨는 최근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확인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B씨의 남자친구가 성범죄 전과로 신상정보가 등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의 안전이 걱정돼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친구를 위험에서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A씨의 머릿속에는 여러 방법이 스쳐 지나갔다. ‘SNS에 올려 알릴까, 아니면 메신저로 조용히 전달할까.’ 전화로 알리거나 직접 만나는 방법도 떠올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선택지는 A씨를 순식간에 ‘범죄자’로 만드는 길이었다. 현행법은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타인과 공유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알려주는 순간’ 범죄자 되는 ‘성범죄자 알림e’의 역설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는 그 목적이 무엇이든 현행법 위반에 해당한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55조는 공개된 신상정보를 활용해 신문·잡지 등 출판물, 방송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기서 정보통신망에는 SNS나 카카오톡 같은 개인 메신저도 포함된다. 구두로 전하는 것 역시 ‘공개 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위험하다. 법의 취지는 성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만 정보를 활용하도록 제한한 것인데, 이를 타인에게 유포하는 순간 ‘사적 제재’나 ‘명예훼손’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친구에게 조심하라는 의미로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메신저로 보냈다가 벌금형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역시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들어가면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수준의 안내만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친구를 돕는 유일한 방법
그렇다면 친구의 안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정보의 ‘전달자’가 아닌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친구에게 직접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의 존재를 알려주고, 스스로 접속해 남자친구의 정보를 확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친구가 해당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비난하거나 판단하기보다 정서적 지지를 보내고, 필요하다면 전문 상담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보안처분의 성격이 강하다(대법원 2011도9253 판결). 하지만 국민의 법 감정과 현실적인 필요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결국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친구를 돕는 길은, 정보를 직접 건네주는 대신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