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 음란, 이적, 혐오
[로드무비] 음란, 이적, 혐오
[law de movie]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 1996, 밀로시 포르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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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불법이지만 이를 찍어 '뉴스위크' 표지에 실으면 퓰리처상을 받을 겁니다. 섹스는 합법인데도 찍어서 공개하면 감방에 갑니다" 래리 플린트 이렇게 주장한다. / Sony Pictures
영화 <래리 플린트>는 포르노 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벌인 미국 연방대법원 재판이 소재다. 어려서 밀주를 만들어 팔던 플린트는 커서는 스트립 바를 운영했다. 이 가게를 홍보하려 시작한 누드사진 실린 광고지가 허슬러다. 플린트는 700만 부나 팔리는 '플레이보이'가 사기라고 생각했다. 흐릿한 누드사진과 읽히지 않는 기사가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마티니 제조 방법이나 스테레오 설치 방법을 누가 읽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허슬러' 촬영 현장에 나가 모델에게 다리를 벌리라고 했다. 이렇게 찍으면 문제 된다는 사진작가에게 말한다. "당신 종교 있지? 신이 사람을 만들고 여성도 만들었다. 여자의 성기도 마찬가지다. 지금 신에게 도전하는 것이냐." 동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는 허슬러에서 양철나무꾼에게 구강성교를 했다. 음란물 배포죄로 기소되고 오하이오주 1심 법원은 플린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다. 청소년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검사 질문에 "애들이 술집에서 술 마시다 걸린다고 술 판매를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답했지만, 배심원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2심에서야 무죄로 풀려난다.
이후에도 플린트는 허슬러를 둘러싼 사건들로 재판받는데 법원 앞에서 누군가의 총을 맞는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을 잡으면 100만 달러를 준다는 기사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하반신을 못 쓰게 되고 진통제를 계기로 마약을 시작한다. 이 무렵부터 플린트는 재판을 부정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법정에서 자신을 보호하겠다며 군용안전모를 쓰고, '재판장 엿 먹어라(FUCK THIS COURT)'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거나 성조기로 만든 기저귀를 한다. "허슬러 지지자는 많아도 당신 지지자는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1988년 연방대법원 법정에 선다. 허슬러는 1983년 제리 폴웰 목사의 가짜 인터뷰를 실었는데 "나의 첫 경험은 문란한 어머니와 화장실에서 한 근친상간"이란 내용이었다.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고의적인 정신적 가해로 폴웰이 소송했다. 연방대법원은 전원일치로 이렇게 판결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자유로운 사상 표현을 존중한다.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이며 진리 탐구를 위한 초석이자 건강한 사회의 밑거름이다. 좋은 의견이든 나쁜 의견이든 모두 들어보기 위해 수정헌법 제1조가 존재한다." 플린트의 승리다.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또 확보한 계기는 음란물과 이적표현이다. 1997년 정부는 영화 상영등급제도를 만들었다. 15세 관람가, 18세 관람가 외에 등급보류가 있었다. 등급보류를 받으면 개봉하지 못했다. 여기에 영화 <둘 하나 섹스>가 헌법소송을 제기했고 위헌을 받아냈다. 그러자 정부는 2002년 제한상영 등급을 개발했다.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해야 하는 등급이었다. 제한상영관은 건물 외부에 광고하지 못하고, 복합상영관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 제도도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성기노출 장면이 있는 <천국의 전쟁>이 소송을 제기해 위헌을 받아냈다. 음란 표현만은 안 된다는 얘기는, 이적표현만은 안 된다는 주장으로 바뀌었다. 국가보안법 제7조 고무·찬양죄에 따라 이른바 이적표현물을 소지만 해도 처벌한다. 제1항은 '(전략)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제5항은 '(전략)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한다. 헌재가 2022년 재차 심리 중이며 위헌 선고가 점쳐지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시험하는 문제는 혐오표현(hate speech)이다. 나라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차별금지법이 논쟁 대상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한 빵집 주인은 2012년 동성혼 결혼식 피로연에 쓸 케이크를 주문받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빵집 주인은 자신은 동성혼에 종교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결혼식 피로연을 위한 케이크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동성 커플은 콜로라도주 차별금지법(Anti-Discrimination Act) 위반이라며 콜로라도 시민권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근거는 대중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장이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었다. 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했고, 콜로라도주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오히려 위원회 결정이 수정헌법 1조 침해라고 2018년 판결했다. 이 조항에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함께 있고 이 판결에도 섞여 있다.
이 판결 법정의견은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퇴임을 앞두고 썼고 대법관 7명이 가담했다. 법정의견을 요약하면 이렇다. "빵집 주인은 웨딩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자기 기술을 이용해 이 결혼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이 일어난 2012년에는 콜로라도주에서 동성혼이 합법도 아니었고,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나오기도 전이다. 이 무렵 콜로라도주는 동성애자나 동성혼을 비하하는 장식을 해달라는 손님의 요구를 거절한 제빵사들 행위가 적법하다는 판단도 했다. 이렇듯 콜로라도주 법은 가게주인이 모욕적이라 여기는 메시지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것을 허용했다. 연방대법원이 거듭해서 판결해왔듯이 무엇이 모욕적인지를 정하는 것은 국가나 공직자의 역할이 아니다. 시민권위원회의 (빵집 주인에 대한) 적대감은 수정헌법 제1조와 부합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이들은, 옳지 않은 표현이어서 규제한다고 주장한다. 표현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가 자유의 한계선일까.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5년 산부인과 등 의료시설에 낙태에 관해 안내하도록 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낙태를 포함한 무료 또는 저가 산부인과 시술을 캘리포니아주가 제공한다는 내용과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나눠주게 했다. 이에 낙태에 반대하는 의료시설 운영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법률이라고 2018년 판결했다. 이런 판결을 한 연방대법원은 이미 1973년에 낙태금지가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유지하던 상태였다. 이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진료시설에 부과되는 고지의무는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지는 개인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말하도록 강요해 표현을 왜곡한다. 이 법률에 따라 의료시설은 주 정부가 작성한 문구를 알려야 하는데, 여기에는 주에서 지원하는 낙태시술을 받는 방법이 들어 있다. 낙태는 (의료시설 운영자들인) 상고인이 헌신적으로 반대해온 것이다. 이런 상고인에게 어떻게 낙태시술을 받는지 알리도록 강요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일본은 세계 언론자유지수(Press Freedom Index) 하위권인 나라다. 2022년 조사 대상 180개 나라 가운데 71위(한국 43위, 미국 42위)이다. 그렇지만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률은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지휘하던 대본영이 표현의 자유를 통제해 전쟁 반대를 막고 시민들을 사지(死地)로 보낸 기억 때문이다. 최고재판소도 불특정 다수가 대상인 헤이트 스피치를 처벌하지는 못한다는 견해를 지키고 있다. 진보성향 변호사들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처벌한다면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당시 군인들이 이제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일본 우익의 헤이트 스피치와 위안부에게 사과하라는 주장이 완전히 다르지만, 정치적인 입장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두 발언의 공통점은 일본에서 인기 없는 주장이라는 점이다. 래리 플린트의 대리인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면 인기 없는 발언(unpopular speech)만 벌주게 되는데, 이 나라를 강하게 만들려면 인기 없는 발언이 필요하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과거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자는 논거는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거나 개인에게 상처가 크다는 것이다. 공공이익을 중요하게 보는 대표적인 경우가 국가보안법 고무·찬양 조항이다. 개인의 상처가 크다는 주장은 공인(公人)에 대해서는 폭넓은 비판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자리 잡으면서 영역이 축소됐다. 그래서 등장한 이론이 공론장 자체를 파괴하는 표현의 자유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은 1960년 민중선동죄를 만들었다. 유대인을 비롯한 특정 집단을 공격하도록 선동하는 표현을 처벌해 공론장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공론장 보호를 이유로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독일에서도 쉽지 않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2018년 홀로코스트 피해자를 비난하다가 민중선동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제기한 판결취소 헌법소원을 받아들였다. 청구인은 "홀로코스트에서 돌아온 자들이 학살에 관한 강연으로 돈벌이하고 있다. 나치에 대항하는 자들, 나치 처리 법정에서 증언한 자들은 거짓말쟁이들"이라고 한 사람이다. 독일 헌재는 "사실과 판단이 섞인 발언으로 표현의 자유 영역에 있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우리 헌법 제21조는 국가가 표현을 사전에 검열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는 국가의 사전검열과 민사상 손해배상 중간에 있는 셈이다.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사전검열과 달리 사후 규제는 공익을 위해서는 가능하다. 표현의 자유도 무제한은 아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호하려는 미국이든, 일정한 한계를 두려는 유럽이든 표현의 옳고 그름은 가리지 않는다. 국가가 내용을 판단하는 순간 파시즘이 되기 때문이다. 올리버 홈스 연방대법관은 1929년 판결에서 말했다. "표현의 자유란 우리가 동의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우리가 증오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이다(freedom for the thought that we h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