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멱살 잡히자 맞불 놓은 70대 택시기사…법원 "때린 게 아니라 버틴 것"
[무죄] 멱살 잡히자 맞불 놓은 70대 택시기사…법원 "때린 게 아니라 버틴 것"
주차장 시비로 시비 붙은 택시기사들
상대방 멱살 잡았지만 '무죄'
법원 "최소한의 방어행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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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창원의 한 주차장 출구. 칠순을 넘긴 택시기사 두 명이 뒤엉켜 실랑이를 벌였다. 한 명은 옷이 찢어질 정도로 격하게 흔들렸고, 다른 한 명은 상대의 멱살을 움켜쥐고 버텼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쌍방 폭행이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멱살을 잡은 건 때리려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버틴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창원지방법원은 최근 폭행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7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2024년 10월 개천절, 주차장에서 벌어진 경적 소리 하나로 시작됐다.
"네가 먼저 쳤잖아" vs "멱살 잡혀서 버틴 것"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A씨는 앞서가던 택시가 길을 막자 경적을 울렸다. 상대 택시기사 B씨(70)는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고, A씨가 차에서 내려 항의하자 B씨 역시 차에서 내렸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B씨는 A씨의 멱살을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A씨의 옷이 찢어질 정도였다. A씨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B씨의 멱살을 맞잡고 밀쳤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멍이 들었고, A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피해자의 폭행에 대항해 멱살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했다"는 이유였다. 통상적인 싸움에서 쌍방 폭행이 인정되는 논리였다.
하지만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B씨가 다짜고짜 멱살을 잡고 흔들어 옷이 찢어졌고,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 방어했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말 바꾸는 피해자… 진술 신빙성 스스로 깎아
법정 공방의 핵심은 '누가 먼저 손을 댔느냐'였다. 그런데 피해자라던 B씨의 말이 자꾸만 바뀌었다.
사건 직후 경찰 통화에선 "상대방이 멱살을 잡아서 나도 잡았다"고 했다가, 경찰 조사에선 "내가 먼저 가슴을 밀쳤는데 상대도 들이밀어서 멱살을 잡았다"고 말을 바꿨다. 법정에선 또다시 "동시에 잡았다"며 말을 뒤집었다.
반면 A씨의 진술은 한결같았다. "경적을 울리자 욕설이 날아왔고, 항의하러 내리자마자 멱살을 잡혔다"는 것. 찢어진 A씨의 옷과 전치 2주 상해 진단서는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74세 노인이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어'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급박한 위기로 봤다. 70대 중반인 A씨가 멱살을 잡혀 흔들리는 상황.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고령인 A씨에겐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멱살을 잡은 건 균형을 잃고 넘어지지 않으려는 자연스러운 본능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뿌리치거나 다른 온건한 방법을 쓰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덧붙였다.
A씨가 주먹을 휘두르거나 더 큰 상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도 정당방위 인정의 근거가 됐다. B씨가 입은 멍이나 긁힌 상처는 A씨가 공격해서 생긴 게 아니라, 서로 멱살을 잡고 버티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결국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외관상으론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일방적인 공격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이었다"는 것이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2025고정375 판결문 (2025. 10. 30.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