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들끼리 좋아서 찍었는데 무슨 죄?" 회원 6천명 집단 성관계 사이트, 법은 다르게 본다
"지들끼리 좋아서 찍었는데 무슨 죄?" 회원 6천명 집단 성관계 사이트, 법은 다르게 본다
합의된 촬영물도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
운영진, 실형 피하기 어려워
회원들도 음란물 유포로 처벌 대상

회원 6300여 명 규모의 음란물 사이트가 적발됐다. /연합뉴스
성인 간 합의로 찍은 집단 성관계 영상을 공유한 6천명 규모의 음란물 사이트가 적발되면서, 합의된 촬영물도 유포하면 범죄가 된다는 법의 엄격한 잣대가 다시금 확인됐다.
경찰이 최근 회원 6300여 명 규모의 불법 음란물 사이트 '아너스클럽' 운영진 8명과 회원 7명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은 '폴리아모리(다자간 연애)'를 표방하며 4년여간 집단 성관계 영상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관련 기사에는 "지들끼리 좋아서 하는데 무슨 문제냐"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법의 시선은 다르다.
성인 간 합의 하에 찍은 영상, 공유하면 범죄일까?
이 사건의 핵심은 촬영 당시의 '합의'가 유포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법은 촬영 대상자의 동의 여부나 자발성과 무관하게, 음란한 영상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배포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2009년 회원제로 운영되는 카페에서 회원들끼리 합의 하에 집단 성행위를 하고 이를 촬영해 올린 사건에서 "카페 회원 수에 비추어 볼 때 음란물을 공연히 전시한 것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법이 이 조항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동의 여부를 넘어 사회 전체의 건전한 성도덕 관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남의 장만 열어줬다?" 변명 안 통해
운영진 측은 단순히 성인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만 제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 결과 드러난 이들의 행적은 단순한 플랫폼 제공자를 넘어선다.
경찰에 따르면 운영진은 텔레그램, X(구 트위터) 등 다양한 채널로 회원을 모집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직접 기획했다.
이후 그곳에서 벌어진 집단 성행위를 촬영해 사이트에 게시하는 전 과정을 주도했다.
법원은 이렇게 음란물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을 조직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행위를 단순 방조가 아닌 음란물 유포죄의 '정범(직접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본다.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누어 가담했더라도 기능적 행위지배(범죄의 핵심 역할을 나누어 맡음)가 인정되면 공동정범으로 묶이게 된다.
"내 얼굴 나온 내 영상인데"⋯회원들도 처벌
경찰은 운영진 외에도 영상을 직접 올린 일반 회원 56명을 특정해 수사 중이다. 이들 중에는 "내가 동의해서 찍고 스스로 내 영상을 올린 것뿐인데 뭐가 문제냐"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은 영상의 출연자가 누구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찍힌 영상이라 하더라도, 음란성이 인정되는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올리면 유포죄가 성립한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자신이 출연한 성관계 영상을 편집해 해외 사이트에 올리고 구독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우리 회원만 볼 수 있는 폐쇄적인 공간에 올렸다"는 항변 역시, 6천명이 넘는 회원 규모를 고려하면 공연성이 넉넉히 인정돼 법정에서 통하기 어렵다.
운영진과 회원의 운명은
그렇다면 검거된 이들이 받게 될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까. 처벌 수위는 가담 정도와 영리 목적 여부에 따라 갈린다.
주도적으로 범행을 이끈 운영진의 경우 4년이라는 긴 범행 기간, 수천 명 규모의 조직적 사이트 운영, 오프라인 모임 기획 등 불리한 양형 요소가 수두룩하다.
특히 과거 '소라넷' 파생 카페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진 주동자 A씨의 경우, 동종 전과가 확인된다면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단순 음란물 유포는 1년 이하의 징역에 그치지만, 만약 회원들이 사이트 내 등급 상향이나 경제적 이득 등 영리를 목적으로 직접 찍은 성관계 영상을 올렸다면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단순히 자신의 영상을 올린 회원들의 경우 초범이고 게시 횟수가 적다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선처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타인의 동의 없이 찍힌 불법촬영물이 섞여 있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죄가 추가로 적용돼 처벌 수위는 대폭 무거워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