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 출연중단 청원 속 '비정상 가족' 규정, 기분 나쁜 표현일지라도 모욕죄는 안 돼
사유리 출연중단 청원 속 '비정상 가족' 규정, 기분 나쁜 표현일지라도 모욕죄는 안 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알린 방송인 사유리
청와대 국민청원에 방영 중단 요청 글⋯'비정상적인 가정'이라는 이유
기분 나쁠 법한 '비정상' 표현⋯모욕죄 될까

방송인 사유리가 예능프로그램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사유리인스타그램⋅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미혼모로서 정자 기증을 받아 아들을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 그가 아들과 함께 예능프로그램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출연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유리를 통해 '비혼모 출산'이 미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달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자 A씨는 비혼 출산은 '비정상적인 방식'이라며 청소년 시청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사유리의 모습을 보고 정상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 밖에도 A씨는 올바른 가족관, 바람직한 가정상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사유리 모자(母子)를 비정상적인 형태의 가족으로 묘사했다. 비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아 가정을 꾸린 경우는 한국 사회에서는 낯설긴 하지만 공개적으로 '비정상’으로 표현한 건 사유리를 모욕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모욕죄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성립한다.①공개적으로 다수 앞에서(공연성) ②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킬 추상적인 판단이나 경멸적인 감정 표현을 해야 한다. 이때 발언자(A씨)는 ③타인을 모욕한다는 주관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일단 A씨는 누구라도 볼 수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기 때문에 공연성(①)은 인정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공연성을 제외한 나머지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욕죄 성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정상" 사유리 '명예를 저하'시키는 표현으로 보기 어려워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비정상이라는 표현은 개인의 단순한 의견 제시에 불과하다"며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사유리가 A씨의 발언 때문에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비정상은 '단순히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표현이지, 모욕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②)는 판단이다.
이어 하 변호사는 "우리 판례는 저급한 표현만으로는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비슷한 예로 '이상한 사람이다', '모자라다'와 같은 단어도 들었을 때 기분은 나쁘지만 모욕죄에 해당하는 표현이라고 보지 않았다"고 했다.
법무법인 비츠로의 정현우 변호사 또한 "A씨의 발언은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킬 정도의 표현이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법률 자문

사유리를 모욕한다는 의사 있었는지 판단 어려워
또한, A씨가 사유리 모자를 모욕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 여부도 판단하기 어렵다(③)고 했다. 예를 들어 모욕죄가 되려면, A씨가 청원글을 작성하면서 "나는 사유리를 모욕하고 있어"라는 뚜렷한 의사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정현우 변호사는 "A씨가 타인(사유리)을 모욕한다는 주관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라며 "사유리의 비혼 출산을 문제 삼은 것이지, 사유리를 개인을 모욕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면 유죄가 나오기 힘들다"고 했다.
한번 들으면 누구라도 기분 나쁠 법한 '비정상' 발언. 하지만 법적으로 따져보면 모욕죄가 되기 어렵다.
사실 '비혼 가정’이라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막아달라"는 요구는 일종의 차별로 볼 수 있다. 보통의 가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동안 답보해온 '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면 해당 청원은 법으로 금지될 행위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인종, 기혼 여부를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일을 차별로 규정하고 같은 이유로 실제 불이익을 준 경우 형사처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처음 논의가 시작된 지난 2007년 이후 14년이 지나는 동안 법제화에는 실패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은 다시 발의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