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인이 막겠다"며 발표한 정책…변호사 "효과는 있겠지만, 100% 해결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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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정인이 막겠다"며 발표한 정책…변호사 "효과는 있겠지만, 100% 해결은 불가능"

2021. 01. 05 20:59 작성2021. 01. 06 10: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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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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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 부실수사 논란에 나온 아동학대 종합계획

계획대로 실행만 잘하면 '제2의 정인이'를 막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 "적절히 시행만 되면 그렇다⋯다만 말 그대로 적절히 시행될 때"

정인이의 죽음 이후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못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제2의 정인이를 막겠다"며 정부와 경찰이 '아동학대 종합계획' 발표했다. 이를 본 변호사들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사)한국여성변호사회⋅법무법인 숭인⋅로톡DB

아동학대 종합계획. 학대를 당하다 세상을 떠난 '양천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 관련 경찰에 대한 비판이 들끓자 지난 4일 김창룡 경찰청장이 발표한 대응책이다. "해당 계획을 이미 발표했고,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계획은 이미 발표했으니 이제 실행만 잘하면, 제2⋅제3의 정인이 사건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표였다. 실제로 그럴까.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3번의 기회 모두 놓쳤던 경찰⋯정부의 '아동학대 종합계획' 적절히 시행되면?

이번 사건은 모든 게 안타깝지만 특별히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던 '3번의 기회'가 가장 안타깝다. 지난해 5⋅6⋅9월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갔을 때다. 경찰은 이 기회를 모두 놓쳤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이 진짜 의미가 있으려면, 정인이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졌을 때 놓치지 않고 사건화할 거라는 보장이 있어야 했다.


변호사들은 정부의 '아동학대 종합계획'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약속한 대로 적절히 시행되면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적절히 잘 시행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


설계된 대로만 집행되면 '상당히 괜찮은 제도'

변호사들은 새 제도가 적용되면 '정인이의 5⋅6⋅9월 신고'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를 것이라고 보는지 재구성해봤다.


① 5월의 정인이 : 멍 자국 그냥 넘겼던 경찰→'외부 자문단' 의견도 듣게 된다

지난해 5월 경찰은 정인이가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첫 번째 기회가 있었다. 어린이집 교사가 정인이 몸 곳곳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던 때였다. 하지만 경찰은 양부모를 입건하지 않았다.


교사의 의심 신고보다 양부모의 "안마 과정에서 생긴 멍"이라는 진술에 무게를 두면서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무엇이 바뀔까. 조사 과정에서부터 소아과 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끼어든다. 경찰은 "학대 사례에 대한 판단 등이 어려울 경우 의료인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청취해 전문가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효과가 있을까. 변호사들은 "그렇다"고 했다.


아동학대 종합계획을 본 변호사들의 의견.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아동학대 종합계획을 본 변호사들의 의견.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법률사무소 희승의 전희정 변호사는 "이 제도가 적절히 시행되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피해 아동에 대한 발달과 진료 검사 등도 실시할 수 있고, 자문단을 통해 부모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도 실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도 "자문단 구성은 바람직하다"며 "아동학대는 피해자와 라포(rapport⋅마음의 유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찰관 모두가 이런 전문성을 갖춰야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② 6월의 정인이 : 두 번째 의심 신고 그냥 넘겼던 경찰→이젠 즉각 분리된다

두 번째 기회는 지난해 6월, 동네 주민이 신고했을 때 놓쳤다. 정인이가 차량에서 수십분간 방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왔을 때였다. 당시 양부모는 "혼자 잠을 자는 습관을 들이기 위한 교육이었다"고 했고, 경찰은 무혐의로 처리했다.


여기에 대해서 경찰은 "1년에 2번 신고되는 등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면 즉시 분리 보호하겠다"는 개선책을 내놨다. 새 규칙이 지난 6월에 적용 중이었다면, 정인이는 곧바로 양부모로부터 일정 기간 분리될 수 있었다.


변호사들도 "효과 있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는 "아동학대를 사전에 적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100% 잡아낼 순 없겠지만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은 충분히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전희정 변호사도 "분리가 이뤄진 뒤 부모가 교육 이수를 완료해야 가정 귀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율다함의 신수경 변호사는 "현재 아동 쉼터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고, 김영미 변호사도 "분리에 따른 아이들의 트라우마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③ 9월의 정인이 : '선택'이었던 병원 진료 → 이젠 '의무' 진료로

세 번째 기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지난해 9월, 정인이가 사망하기 20일 전이었다. 당시 한 소아과 의사가 "억지로 (정인이의) 입을 찢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 기회도 놓쳤다. 양부모가 다른 병원에서 받은 구내염(염증) 진단서를 제출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영유아에게 상흔이 발견되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이번처럼 진단이 엇갈리는 경우 다시 한번 의료기관의 제대로 된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


변호사들도 "제대로 시행되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신수경 변호사는 "일반론적으로 타당하다"며, 다만 조건으로 "규모 있는 아동학대전담팀을 꾸린 의료기관에 신속히 아동을 데려가 검사받도록 하고, 전담 의료기관 등을 지정하는 등의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영미 변호사도 "다시 한번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은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제대로 시행되면 적어도 학대의 재발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예원 변호사 "아동학대를 '치안 사건' 정도로 취급하는 게 문제"

"타당한 대책"이라고 본 변호사들도 모두 "적절히 시행되면"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분석했다. 이 때문에 애초에 "적절히 시행될 가능성이 '제로'"라고 본 변호사는 이번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다.


아동학대 종합계획을 본 변호사들의 의견.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아동학대 종합계획을 본 변호사들의 의견.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김 변호사는 "매뉴얼 등을 조금씩 고치는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아무리 바꿔봤자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 등이 이러한 매뉴얼과 법 등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경찰 개인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아동에 대한 심리와 아동학대처벌법 관련 법을 이해하지 못 하는 일선 수사관에게 이 사건을 맡으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사무차장을 맡고있는 이상희 변호사도 비슷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전문성이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면 이런 사건은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전문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67개의 지방자치단체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1명에 불과할 뿐 아니라, 사회복지직 직원이 아닌 단순 행정 직원이 순환 배치를 통해 담당하고 있다"며 "전문성 확보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예원 변호사는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경찰이 광역단위별 특별수사대를 창설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아동학대 사건을 중요 사건이 아니라 '치안' 사건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일선 경찰의 고충 "오히려 적극 대응했다가 소송당할 위험 있다"⋯변호사들도 공감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현직 경찰의 글. /커뮤니티 캡처

경찰에서도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는 지점은 있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가 가해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소송⋅징계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변호사들도 이 부분은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공감했다.


김예원 변호사는 "그런 행위를 한 부모는 적극적으로 입건해 처벌하는 식으로 공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매뉴얼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이야말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데 정작 이 내용은 빠져있다"고 이번 대책을 비판했다.


전희정 변호사도 "수사 매뉴얼이 확립되면 이러한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제도 보완에 동의했다.


신수경 변호사 역시 "경찰 등 실무자들이 실제 적극적인 조치를 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고민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자신의 의무를 다 한 것을 가지고 민형사상 소송 등을 당할 위험이 있다면,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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