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 묶인 채 도망가는 전 남자친구의 뒤를 쫓아가며 쇠망치 휘두른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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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발 묶인 채 도망가는 전 남자친구의 뒤를 쫓아가며 쇠망치 휘두른 20대

2020. 06. 24 15:09 작성2020. 06. 24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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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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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 2주 전부터⋯"졸피뎀과 술", "필리핀 청부살인" 등 검색하며 살인 계획

실제로 수면제 먹이고 재운 뒤⋯케이블 타이로 묶고 망치로 내리치는 등 계획 실행

살인미수로 기소⋯1심 징역 3년 6개월→2심 징역 2년으로 감형

재결합을 거부하고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남자친구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20대. 실제로 전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 휴대전화 검색기록에는 섬뜩한 단어들이 가득했다.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수면제와 케이블 타이, 그리고 다용도 로프에 쇠망치.


20대 여성 A씨가 전 남자친구(23)를 살해하기 위해 쓴 범행 도구다. 그는 '두 단계'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는 로프를 이용한 교살(絞殺).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두 번째로 쇠망치를 준비했다.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과정도 빈틈이 없었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는 아껴뒀다가, 가루로 빻아서 주사기와 함께 보관했다. 수면제를 넣을 초코 우유도 준비했다. 맛과 향이 강한 상품이었다. 로프 등 공구를 살 땐 검은색 마스크와 모자를 잊지 않았다. CCTV에 노출되는 것도 최소화했다. 구하기 어려운 쇠망치는 본가에서 따로 챙겨왔다.


이 방법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까지 A씨는 수많은 살인 계획을 따져봤다. 휴대폰 검색 기록과 메모장에는 온갖 살인 방법이 가득했다. "졸피뎀과 술", "수면제", "염산 파는 곳", "필리핀 청부살인" 등이었다.


수면제 먹이고 재운 뒤 전 남자친구 결박⋯그러나 실제 범행은 망설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전 남자친구는 A씨의 집을 찾아 단둘이 술자리를 가졌다. 소주 4병 반을 함께 들이켰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잠들었다.


목이 탔던 전 남자친구가 잠에서 살짝 깼을 때, A씨는 수면제 탄 초코 우유를 건넸다. 미리 준비해준 주사기를 이용해서다. 그걸 마시고 전 남자친구가 다시 깊은 잠에 빠졌을 때, 범행을 시작했다.


A씨는 전 남자친구의 양손⋅양발은 케이블 타이로 묶은 뒤, 청테이프로 다시 감았다. 목에는 밧줄을 휘감고 매듭을 지었다. 그리고 목을 조르려던 찰나, A씨는 주저했다. 아침까지 4시간 정도를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도망가는 전 남자친구 쫓아가며 쇠망치로 머리 내리쳐

날이 밝아오자 전 남자친구가 눈을 떴다. 그때까지도 목을 조르지 못하던 A씨는 피해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전 남자친구가 몸부림쳤고, A씨는 줄을 놓쳤다.


그러자 A씨는 미리 장롱 속에 숨겨줬던 쇠망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10번이나 내리쳤는데, 모두 머리를 노렸다. 전 남자친구는 쇠망치를 맞아가며 손에 묶인 케이블 타이를 풀었다.


그러나 발목에 묶인 케이블타이를 풀지 못한 전 남자친구는 그대로 집 밖으로 도망쳤다. 속옷만 입은 채였다. 껑충거리며 도망가는 그의 뒤를 쇠망치를 든 A씨가 뒤쫓았다. 전 남자친구는 현관문 밖 계단에서 A씨에게 잡혔다. 다행히 몸싸움 중에 A씨에게서 쇠망치를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졌고, 그렇게 상황은 종료됐다.


재결합 거절하며 아이 안 보여준다고⋯범행 계획 세워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둘은 같은 대학에서 만나 1년 6개월을 함께 살며 아이를 낳았다. 헤어진 뒤 전 남자친구가 딸을 도맡아 키웠다. A씨는 재결합을 원했지만 전 남자친구는 계속 거절했다. 딸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1년간 3번 정도 만나게 해주는 데 그쳤다.


이날 현행범으로 붙잡힌 A씨는 경찰관에게 "헤어진 뒤 전 남자친구가 만나주지도 않고, 딸도 잘 보여주지 않아 힘들게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A씨의 휴대폰에는 "번개탄 질식사", "번개탄 수면제" 등 살인을 계획하는 내용으로 대다수였지만, 한편으로는 "헤어진 남자친구 잡는 법" 등 관계를 회복하려는 내용도 있었다.


1심은 징역 3년 6개월 실형⋯재판부 "치밀하게 준비했다"

1심은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가 맡았다.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저형(3년 4개월)에 가까웠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A씨)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고, 자칫하면 중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반성하고 있고, 전과가 없는 점, 과거 피해자(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 점, 피해자와 헤어진 이후 우울증에 걸린 점,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됐다.


A씨는 항소했다. "3년 6개월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살인미수로 기소된 A씨에게 재판부가 내린 처벌.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살인미수로 기소된 A씨에게 재판부가 내린 처벌. /그래픽=이지현 디자이너


2심은 징역 2년으로 감형⋯'양형기준'보다 낮은 형 선고한 이유

2심을 맡은 대구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연욱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1심과 2심은 판결 내용에 있어 대부분이 같았다. A씨 측은 2심에서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스스로 범행을 멈췄으며,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전 남자친구)가 적절히 방어하지 못했다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고, 피해자가 깨어났을 때 목을 졸랐으므로 스스로 범행을 중지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A씨가 술은 마셨던 건 맞지만, 심신 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1심과 달리 A씨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이 가장 컸다. 작량감경까지 더해졌다. 최종 형량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저형보다도 낮아졌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불행한 가정환경 및 비교적 이른 나이에 겪은 출산, 그리고 헤어진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우울증을 앓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하한을 벗어나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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