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때려 사망하게 한 남성, '인명구조 자격증' 있다면 살인죄 적용 될까
여자친구 때려 사망하게 한 남성, '인명구조 자격증' 있다면 살인죄 적용 될까
여자친구 폭행해 숨지게 만든 남성 "고의가 아니었다" 주장
피해자 유족 "인명구조요원 자격증 있는 가해자⋯피해자 위험하다는 사실 알았을 것"
인명구조요원 자격증, 살인죄 적용에 영향을 미칠까

주변에 자신들이 사귀는 사이임을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하게 만든 남성이 '수상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자친구를 폭행해 사망하게 만든 남성. 주변에 자신들이 사귀는 사이임을 알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 남성 A씨가 수상인명 구조요원(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유족은 최근 MBN과 인터뷰를 갖고 "A씨는 수상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을 올려 "가해자가 아무일 없는 듯 불구속 수사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며 "A씨는 숨을 쉬지 않는 딸을 끌고 다니며 바닥에 일부러 머리를 떨어뜨렸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A씨가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데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을까"라고 썼다.
이어 "119에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것 같다'는 허위신고를 하고, 딸을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며 "A씨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본 누리꾼 역시 "인명구조요원 자격증까지 보유한 사람이 피해자의 상태가 위험하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A씨. 그의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 이번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족의 주장대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변호사들과 알아봤다.

사건을 살핀 변호사 3명 모두 공통적으로 살인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이다.
하지만 A씨가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가졌다는 사실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성립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형법 제18조(부작위범)에 따르면 ①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②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하고 있다. 이번 사안의 경우, A씨가 위험 발생을 방지할 의무를 갖고 있진 않다.(①)
대신 A씨의 폭행(자기의 행위)으로 여자친구가 쓰러져 위급한 상태(위험발생)이기 때문에 응급조치(위험발생 방지)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②)
유승종합법률사무소의 신동희 변호사는 "길을 가다가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간다고 처벌받지 않는다"며 "A씨의 경우,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갖고 있거나 남자친구라는 사실보다 A씨 본인이 여자친구를 때려 위험을 발생시켰기 때문에 구조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의 나온의 정병주 변호사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그렇다면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은 A씨의 처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적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의'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신동희 변호사는 "만약 A씨가 인명구조요원으로서 응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인식하고 구조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폭행을 멈추지 않고 위급한 상황은 방치했다는 점이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폭행 당한 여자친구를 방치하면 사망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였다.
반면 제이앤유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엄진 변호사는 처벌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엄 변호사는 "A씨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죽었으면 좋겠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지가 쟁점"이라며 "현재로선 A씨의 고의가 인정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다만, "CC(폐쇄회로)TV에 피해자의 맥박을 확인하는 등 인명구조요원으로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행동 등을 했다면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정병주 변호사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되려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며 "(특히) 부작위범 요건 중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 부분에 있어 A씨가 이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처벌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나뉘었지만, 변호사들은 향후 있을 재판에서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 A씨의 양형에는 확실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일반인 보다 관련 지식을 갖춰 응급구조행위를 할 수 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피해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