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급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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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급된 이유는?

2021. 11. 04 18:43 작성2021. 11. 05 11: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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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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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뉴스가 직접 다녀온 국민참여재판

법정 공방보다 더 눈에 띄었던 것⋯재판장⋅검사⋅변호인의 '친절함'

지난 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됐다. 12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재판장⋅검사⋅변호인의 친절함이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3일,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던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갑자기 변호인의 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등장했다. 당연히 사건 관계인으로서 등장한 건 아니었다.


이날 피고인이 받은 혐의 중에는 협박과 관련된 혐의가 있었다. 변호인(법률사무소 시선 정일호 변호사)은 해당 혐의 성립에 필요한 구성요건인 '해악의 고지'를 부정하기 위해 쉬운 예를 들었다.


"제가 여러분께 '내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랑 친한데, 너희 동네에 핵무기를 쓰라고 하겠다'고 말하면 무서우세요? 안 무서우시죠? 이건 해악의 고지가 아닙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으니까요."


변호인은 "피고인도 이와 비슷하게 허언을 했던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이 평소와 달리 이렇게까지 쉽게 설명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다. 이날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기 때문이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 중에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와 양형에 대한 의견을 판사에게 내놓는 제도다. 그러다 보니 일반 공판과 달리 비법조인을 위한 '친절함'이 재판 내내 돋보였다.


지난 3일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 안세연 기자
지난 3일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된 서울남부지법 406호 법정. / 안세연 기자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가 배심원들에게 와닿지 않을까 봐⋯PPT로 퍼즐 보여준 검사

이날 재판을 받은 피고인 A(67)씨는 구로구청에서 '악성 민원인'으로 분류된 사람이었다. 전과 23범으로 구청과 은행, 인근 가게에서 소란을 피워 처벌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1년 내외의 실형을 받은 적도 3차례 있었고, 이번에도 출소한 지 반년 만에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누범'으로 가중 처벌될 상황이었다.


A씨의 혐의는 이번에도 과거 범행의 '도돌이표'였다. "만원을 빌려달라"며 은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 "민원을 접수해달라"며 구청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았다. 술집에서 무전취식을 한 혐의도 있었다.


이날 검사가 공판에서 제시한 '코끼리 퍼즐'과 유사한 사진. /셔터스톡
이날 검사가 공판에서 제시한 '코끼리 퍼즐'과 유사한 사진. /셔터스톡


하지만 무작정 처벌할 수는 없었다. 증거 등을 통해 혐의가 입증된 경우에만 가능했다. 이때 '어느 정도'로 입증하면 되는지에 대해 이날 공판 검사로 나선 나상돈 검사는 PPT를 통해 설명했다.


나 검사 :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와닿지 않죠? 자, 동물이 그려진 퍼즐입니다. 맞춰져 있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을 땐 어떤 동물인지 추측이 어렵죠? 하지만 퍼즐을 맞추다 보면 나중엔 몇 군데가 비어있어도 어떤 동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 이 정도면 코끼리라는 걸 알 수 있겠죠? 이렇게 모든 퍼즐이 맞춰져 있지 않더라도 이 정도면 유죄라고 보면 됩니다."


이때 배심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사의 말을 경청했다.


해악의 고지, 공무를 방해할 의도⋯혐의 성립 요건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한 변호인

재판 시작부터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을 언급하며 '친절한 설명'에 공을 들인 변호인. 그는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에 집중했다. A씨의 공무집행방해혐의에 대해 부정했을 때였다. 이때 그는 갑자기 검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 변호사 : "이 죄가 성립하려면 공무를 '방해할 의도와 목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따가 검사님들이랑 화장실에서 시비가 붙었다고 쳐봐요.


막 '내가 먼저 왔는데 왜 네가 먼저 쓰냐' 이렇게 싸웠어요. 그럼 저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해야 할까요? 공무에 영향을 미칠려고 싸운 게 아니라 개인적인 감정으로 싸웠을 뿐이었다면요? 고민 되죠?"


A씨가 받은 혐의에는 공무집행방해도 있었는데, A씨 역시 "민원처리를 안 해주니까 개인적으로 짜증이 나서 한 차례 밀쳤을 뿐, 공무를 그르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든 예시였다.


이밖에도 변호인은 재판이 밤늦게까지 진행되자 배심원들을 향해 "힘드시죠? 이제 거의 다 됐다"고 하는 등 친절한 태도를 잊지 않았다.


지난 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됐다. /안세연 기자
지난 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됐다. /안세연 기자


중간에서 배심원들과 증인들 두루 챙긴 재판장

검사와 변호인이 최대한 쉽게 설명했다면, 재판장(오상용 부장판사)은 배심원들이 이를 잘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오 부장판사 : "배심원 여러분, 잘 이해되시죠? 내용이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일반 국민들의 상식에 입각해서 이 정도가 범죄가 되는지 판단해주세요."


오 부장판사 : "(녹취록을 들으며) 아! 여기 이 부분. 배심원 여러분, 방금 (피고인) 목소리 확인하셨죠?"


이렇게 재판장과 배심원이 직접 소통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왔다. 검사와 변호인의 설명이 부족했을 때도 오 부장판사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직접 나서서 보충 설명을 했다.


검사가 "자백 사건에 대한 보강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했을 때였다. 이는 법조인에겐 익숙한 표현이다. 우리 법은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10조). 이에 검사가 "보강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한 건데, 그러자 오 부장판사가 배경 설명에 나섰다.


오 부장판사 : "잠깐! 배심원 여러분.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자백 사건의 경우 보강 증거만 있으면 유죄가 됩니다. 지금은 보강 증거가 있는지 여부만 보시면 되고,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을 주의 깊게 봐주십시오."


이날 재판은 배심원에게도 친절했지만, 증인에게도 친절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해자로 나온 증인의 목소리가 작아지자 "물 한잔 드시고 이야기하셔도 된다"며 경위를 통해 생수병을 건넸다. 또다른 증인에 대해선 "법정에서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줬다.


오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부적절한 용어 사용을 바로잡기도 했다.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피고인이 자기 행동에 대해 사과하면 화해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볼 때였다. 이때 오 부장판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오 부장판사 : "화해는 표현이 좀 그런데요. 용서라고 해야죠. 변호인, 다시 물어보십시오."


이런 노력은 배심원들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실제 이날 배심원으로 참석한 이모(26)씨는 기자에게 "처음 들어보는 재판 용어였지만 판사님이 설명도 잘해주시고, 변호사, 검사님도 설명을 쉽게 해준 덕분에 이해가 안 된 부분은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재판은 친절했지만, 결과는 냉정했다⋯1년 10개월 실형

12시간에 걸쳐 이뤄진 재판. 긴 시간 동안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의 친절함이 돋보였을지라도, 이 자리는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자리였다.


A씨의 재판의 결과는 어땠을까. 유죄였다. A씨가 받고 있는 거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배심원들의 의견도 재판부의 의견과 대부분 일치했다. 형량은 징역 1년 10개월의 실형에 벌금 60만원이었다.


오 부장판사는 "별다른 이유 없이 무고한 일반 시민과 공무원에게 유형력을 행사했다"며 "피해자들이 느꼈을 불안과 두려움의 정도가 상당해 보인다"고 양형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11시쯤 국민참여재판이 끝난 서울남부지법 정문 앞. /안세연 기자
지난 3일 오후 11시쯤 국민참여재판이 끝난 서울남부지법 정문 앞.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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