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직원을 성추행한 직장동료를 응징했다"던 40대 직장인, 알고보니...
[단독] "여직원을 성추행한 직장동료를 응징했다"던 40대 직장인, 알고보니...
"추행은 없었다" 동료들의 일관된 증언
![[단독] "여직원을 성추행한 직장동료를 응징했다"던 40대 직장인, 알고보니...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54619797446572.jpg?q=80&s=832x832)
증인 9명을 불러놓고 끝까지 피해자를 탓한 A씨는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셔터스톡
회식 자리에서 직장 동료를 성추행범으로 몰아 주먹질을 한 사람에게 벌금 70만원이 선고했다. 재판을 받게 된 폭행범은 "피해자가 나를 먼저 때렸다"거나 "피해자가 여성 동료를 성추행해서 응징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은 2024년 7월 27일 밤, 통영의 한 노래방에서 벌어졌다. 피고인 A씨는 10명의 회사 동료와 회식을 하던 중이었다. 술기운이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A씨는 "충격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동료 B씨(42세)가 술에 취한 다른 동료 C씨의 허벅지 사이를 만지며 추행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A씨는 혼자만의 정의감에 불타올랐다. A씨는 B씨에게 달려가 "변태 XX야 뭐하는 행동이냐"고 소리치며 왼쪽 얼굴을 서너 차례 가격했다. 순식간에 화기애애했던 회식 자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피고인의 '정당방위' 주장, 법원은 왜 안 받아들였나
A씨는 법정에서 폭력 행위가 있었더라도 B씨가 먼저 자신을 때려 방어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을 진행한 창원지법 통영지원 이은숙 판사는 A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A씨가 추행을 당했다고 지목한 동료 C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B씨)가 자신의 허벅지를 만진 사실이 없다"고 명확히 증언했다. A씨의 오인에서 비롯된 사건이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또한, 당시 노래방에 함께 있었던 동료 증인 7명 모두 "피고인(A씨)이 갑작스럽게 먼저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법원은 "증인들이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없는 점,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치하는 점" 등을 근거로 이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설령 B씨의 추행 행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A씨의 주먹질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당시 노래방 안에는 여러 동료가 있었기 때문에,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이를 제지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적반하장' 고소
법원이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며 특히 무겁게 본 것은 범행 후의 태도였다. A씨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 B씨를 먼저 폭행 혐의로 고소해 이 사건 재판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A씨의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검증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 있었던 회사 동료 9명이 생업을 제쳐두고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야만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의 행위를 인정한 반면,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했다"며 "그로 인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증인 9명이 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여야 했는바, 범행 후의 정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강하게 꾸짖었다.
[참고]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4고정301 판결문 (2025. 6. 10.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