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회사 카드로 결제된 400만 원 상당 공구 챙긴 '현장 소장', 횡령죄 무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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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회사 카드로 결제된 400만 원 상당 공구 챙긴 '현장 소장', 횡령죄 무죄 이유

2025. 12. 09 16:4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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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유죄 뒤집고 항소심서 무죄 선고

회사 돈으로 샀어도 내 공사비에서 까인 거라면 내 물건, 횡령죄 성립 안 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대구지방법원 제3-2형사부(재판장 김성열)는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던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고속도로 배수 구조물 공사 현장에서 시작됐다. A씨는 피해자 회사인 B사(이하 회사)의 현장소장과 구두로 계약을 맺고 2023년 3월부터 5월까지 경북 구미IC에서 군위IC 구간의 공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고속절단기, 발전기, 파터너, 볼터카드, 드릴, 수중모터 등 시가 약 397만 원 상당의 장비 13점이었다. 회사는 A씨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해당 장비들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이 장비들은 내 소유"라며 반환을 거부했고, 결국 회사는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회사 돈으로 결제된 장비, A씨는 왜 '내 것'이라 주장했나

검찰은 해당 장비들을 회사가 구매하여 대금을 지급했으므로 회사 소유라고 보았고, 이를 반환하지 않은 A씨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법원 역시 회사가 장비 대금을 지급한 점, 소유권 이전 합의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에는 복잡한 계약 관계가 숨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A씨는 회사와 일급 35만 원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직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A씨가 직접 인부들을 데려오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인건비를 포함한 총 6억 3천만 원 상당의 '견적서'를 회사에 제출해 공사를 따낸 사실상 '하도급 업자'였다.


A씨의 주장은 일관됐다. 형식적으로는 회사가 장비 대금을 결제했지만, 이는 자신이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총 공사 대금(하도급 물량 금액)에서 자재비와 공기구 비용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처리되었으므로, 실질적인 비용 부담자는 자신이라는 것이다. 즉, 자기 돈으로 산 자기 물건이므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주체인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법원의 반전 판단 "형식보다 실질... 회사 돈 나갔어도 비용 부담은 피고인 몫"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이 형식적으로는 근로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상 금지된 재하도급을 회피하기 위한 일명 '모작(도급)' 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자재를 공급하기로 약정하고 그 비용을 공사대금에 포함한 경우, 도급인이 편의상 자재를 대신 구입해주고 그 대금을 공사비에서 공제했다면 그 자재는 수급인의 소유로 봐야 한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실제로 재판 과정에서 회사 직원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회사 전 차장 G씨는 "피고인이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형식적인 것이며, 실제로는 견적을 받아 진행하는 '모작'이었다"며 "피고인이 사업자등록이 없어 편법상 회사가 비용을 직접 처리한 뒤 정산하는 시스템"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장비는 피고인이 본인 판단으로 주문하고 그 견적 안에서 공제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남은 건 정산 문제일 뿐, 형사 처벌 대상 아냐"

재판부는 회사가 장비 매매계약의 명의자이고 대금을 직접 송금했다 하더라도, 이는 A씨가 받아야 할 공사대금에서 차감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유권은 A씨에게 귀속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과 회사 사이에 공사대금 정산 문제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장비의 소유권이 곧바로 회사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자기 소유의 물건을 반환하지 않은 것은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건설 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작' 계약이나 위장 도급 관계에서, 장비나 자재의 소유권을 판단할 때 명의보다는 '실질적인 비용 부담자'가 누구인지를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고] 대구지방법원 2025노695 판결문 (2025. 11. 11.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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