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한 움큼 입에 털어넣는 10대들…SNS 덮친 'OD 놀이'의 기막힌 실태
감기약 한 움큼 입에 털어넣는 10대들…SNS 덮친 'OD 놀이'의 기막힌 실태
일반 의약품 마약처럼 남용하는 'OD' 10대 사이 급증
전문의 "뇌 손상 치명적"
창고형 약국 무방비 노출 지적

청소년들 사이에서 감기약·수면유도제 과다 복용 ‘OD’가 SNS를 통해 확산 중이다. 전문가들은 뇌 손상 등 심각한 위험을 경고했다. /연합뉴스
평범한 청소년들이 감기약이나 수면유도제 등 일반 의약품을 마약처럼 과다 복용하는 이른바 'OD(OverDose·과다 복용)' 행위가 SNS를 타고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19일 방송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를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며, 우리 사회의 촘촘한 안전망 구축을 촉구했다.
평범한 10대들의 의도적 과다 복용…뇌 손상 치명적
과거 특정 비행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약물 남용이 이제는 평범한 학생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해국 교수는 해당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특별한 비행집단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보이는 청소년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 수면유도제 같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약물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 사고라기보다는 의도적인 사례 중에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고 경고했다.
성장기 청소년의 약물 과다 복용은 치명적이다.
이 교수는 "청소년의 뇌가 발달하고 있는 시기, 특히 전전두엽이 발달하는데 과다 복용하게 되면 충동 조절이나 감정 조절 같은 부분에 이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간 손상이나 심장, 호흡 억제와 같은 급성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코로나 키즈'의 고립과 SNS 인증 문화의 비극
이러한 참담한 현상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깊은 상흔이 자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이후 청소년 정신과 진료 환자가 한 70% 정도 증가했고, 자살률과 자살시도율도 높아졌으며 10대 마약 사범도 2023년에 1500명 수준까지 급증했다"며 "우울, 자살, 약물 오남용 이게 동시에 악화되는 구조적 위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 기간 아날로그 세상과 단절된 이른바 '코로나 키즈'들은 디지털 환경에 맹목적으로 노출됐다.
건강한 대안적 놀이 문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SNS는 위험한 행동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됐다. 아이들은 서로 약물을 섞어 먹는 방법을 공유하며 이를 하나의 '인증 문화'로 소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위험행동이 남들도 이렇게 하고 있다라는 정상화 반응, 그리고 미화되는 것들을 통해서 엄청나게 빠르게 확산이 되고 있다"며 "SNS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어떤 특정 행동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약물이 섞였을 때 일어나는 치명적 부작용은 모른 채, 자극적인 환각 효과만을 좇고 있다는 것이다.
창고형 약국의 그늘과 규제의 공백
청소년들이 위험한 약물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환경적 요인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대량으로 저렴하게 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창고형 약국'이 약물 오남용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교수는 "청소년 관점에서는 이러한 약국의 존재 자체가 약을 되게 쉽게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는 암묵적인 허용적인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며, 복약 상담이나 감시가 느슨한 구조에서는 오남용 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처벌 넘어선 '맞춤형 개입 시스템' 시급
결국 단순히 약물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번지는 불길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당장 청소년 대상 약물 판매 시 복약 상담을 의무화하고 판매 기록을 남기는 등 단기적인 규제도 시급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보듬을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수요를 줄인다는 건 약물 오남용 문제를 자살위기 정신건강 증진사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교육부나 복지부가 중심이 돼서 범부처 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이런 정신건강 중독의 문제가 있을 때 조기에 맞춤형으로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