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대문 앞에서 사망한 주취자⋯데려다준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 처벌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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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 대문 앞에서 사망한 주취자⋯데려다준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 처벌 여부

2023. 01. 31 17:30 작성2023. 01. 31 19:03 수정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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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경찰관 2명

변호사들 "처벌 여부는 '이것'에 따라 다를 것"

한파경보가 내려진 날, 자신의 집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 알고 보니, 만취한 이 남성을 경찰관들이 데려다주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이들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되자, "경찰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서울에 한파경보가 내려졌던 지난해 11월 30일. 기온이 영하 8도를 기록한 이날, 만취한 60대 남성이 자신의 주택에서 사망했다. 그런데 남성은 집 안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 집 밖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더욱이 사망한 남성을 서울 미아지구대 경찰관 2명이 순찰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커졌다. 남성의 집은 옥탑방이었는데, 당시 두 경찰관은 남성을 집 대문 안쪽 계단에 앉혀놓은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결국 남성은 이곳에 쓰러졌고, 6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으로 해당 경찰관 A경사와 B경장은 업무에서 배제됐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업무상 과실(실수)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적용하는 혐의다(형법 제268조).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금고(禁錮⋅교도소에 수감되지만 노동은 하지 않음)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적절한 조치' 안 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가능

사실 우리나라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없어 위험에 처한 타인을 돕지 않았다고 해서, 일반 시민을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경찰관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경찰관에게 부여된 법령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4조(보호조치 등)에 따라 사람의 생명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직무상 의무를 위배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과실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해당 혐의(업무상 과실치사)가 성립할 수 있다.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는 "경찰관은 해당 조항에 따라 주취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고, JY 법률사무소의 배인순 변호사도 "경찰관은 만취한 사람을 발견했을 때 보건의료 기관에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서에서 보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최선'의 이준상 변호사, 'JY 법률사무소'의 배인순 변호사. /로톡DB·로톡뉴스DB


쟁점은 두 경찰관이 해야 했던 '적절한 조치'의 범위

경찰관에게 이러한 의무가 있는 이상 '두 경찰관이 했어야 하는 적절한 조치를 어디까지 했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당시 경찰관들은 대문 안에서 A씨의 정확한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자 야외 계단에 앉혀 놓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한일의 추선희 변호사는 "△경찰관들이 남성의 신분증을 확인했는데도 몇 층에 사는지 안 나와 더 이상 확인이 불가능했고 △남성과 의사소통이 가능해 '올라가라'고 얘기를 한 뒤 현장을 떠났다면 해당 혐의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직무를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LF의 이경민 변호사도 "경찰관들이 왜 남성을 대문 앞까지만 데려다주고 돌아왔는지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남성이 대문 앞까지 가는 동안 거동이 어느 정도 가능했고, 대화가 일부라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경찰관들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한일'의 추선희 변호사, '법무법인 LF' 이경민 변호사. /로톡DB


반대로 ▲남성이 아예 인사불성의 상태로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대문 안에 남성을 두고 현장을 벗어났다면 혐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추선희 변호사는 봤다.


배인순 변호사의 의견 역시 비슷했다. 배인순 변호사는 "대문까지 데려다줬다고 하더라도, 경찰관들이 충분한 보호조치를 행사하지 않았다면 해당 혐의 성립이 가능해 보인다"며 "당시 기온이 영하권이었던 만큼 60대에 이른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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