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임신하자 "5천만 원 아니면 신고" 준강간으로 고소…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무죄] 임신하자 "5천만 원 아니면 신고" 준강간으로 고소…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객관적 정황과 어긋나는 피해자 진술 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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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직장 동료의 집에 방문해 술을 마신 뒤 일어난 하룻밤의 사건이 임신과 '준강간' 고소라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피고인 A와 피해자 B(여, 24세)는 과거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사이였다.
사건은 2021년 3월 9일 밤 11시경, 피고인이 천안시에 위치한 피해자의 주거지에 찾아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시작되었다. 피해자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는 맥주 한 캔을 마신 뒤 피고인으로부터 마사지를 받다가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 7시경 일어났다.
이후 생리 예정일이 지나도록 생리를 하지 않아 임신 테스트기로 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고, 그제야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피고인을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피고인은 합의하에 이루어진 성관계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결과가 중요하잖아, 지금" 임신 사실 확인 후 쏟아진 분노의 메시지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했는지 여부였으며, 유일한 직접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뿐이었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보낸 메시지들은 사건의 양상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피해자는 피고인을 추궁하며 "왜 썼냐고? 그걸 한 번 안 했으면 그런 일이 없잖아? 내가 너 안 좋아하는 거 뻔히 알잖아? 결과가 중요하잖아, 지금. 결과가 지금 이런데."라고 질책했다.
이어 "질내 사정 가능해? 남친도 안 하는."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네가 미쳐가지고 내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그럴수록 네가 더 손해고 임신 친자 확인도 정확히 보여주고 제대로 절차 밟으면서 너 족쳐줄 테니까 빨간 줄 그을 준비나 해."라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며칠 뒤 피해자의 분노는 법적 대응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졌다. 피해자는 "강간한 것도 모자라 싸기까지 해??"라며 피고인을 비난한 뒤, "강간 성폭행 임신 사건 결론적으로 말한다 정신적 피해보상 5000만 원 아니면, 신고 둘 중 골라."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법원은 이러한 피해자의 태도를 두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한 것 자체보다 질내 사정으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엇갈린 주장 속 드러난 진실, '사전 관계'와 '주량'의 모순
법정에서 피해자는 본 사건 이전에는 피고인과 스킨십이나 성관계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증거와 주변인들의 증언은 피해자의 주장과 완전히 달랐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전 직장 동료들은 피고인으로부터 과거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지각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일치된 진술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통화 녹취록과 카카오톡 내역, 택시 이용 기록 등 객관적 자료에 따르면 피고인은 사건 발생 한 달 전인 2021년 2월 13일에도 피해자의 집에서 아침까지 함께 머물렀다. 당시 피고인은 아침에 울린 피해자의 알람을 대신 꺼 주고 피해자가 타고 출근할 택시까지 호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사건 당일의 정황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의심하게 했다. 피해자는 자신이 맥주 한 캔을 마시고 깊은 잠에 빠져 성관계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장 동료들의 진술서에 따르면 피해자의 주량은 맥주 1캔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당일 피해자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피고인에게 먼저 음주를 권했고, 마사지도 먼저 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법원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호감을 가진 상대에게 마사지를 받던 중 잠이 들어, 피고인이 3번이나 간음하는 동안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아침까지 상황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범죄 증명 안 돼" 최종 무죄 판결
결국 법적 다툼의 승패는 증거의 객관성과 진술의 일관성에서 갈렸다.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궁했을 당시 피고인이 즉각적으로 반박하지 않은 정황은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다음 날 "우리가 관계를 맺은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전에도 수차례 해 왔고"라며 "나한테 마사지 해 달라고 했고, 그 이후로 서로 성욕이 달아올라서 관계를 맺은 건 사실"이라고 상세히 반박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즉시 반박하지 못한 이유 역시 임신 사실을 알고 흥분한 피해자를 자극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결론적으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서전교)는 2022년 10월 5일, 피고인 A의 준강간 혐의(사건번호 2022고합5)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하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